일주일 중 최소 이틀밤을 ‘스타크래프트’로 지새우는 2년차 은행원 박모씨(남·27). 전자오락 16년차인 그는 가끔 ‘겔러그’ 등 ‘고전 게임’을 할 때면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게임 시작이후 상황 변화가 아무 것도 없죠. 나는 보턴만 누를 뿐 게임을 운영하는 주체는 될 수 없어요.”
‘단지 즐기는 것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뛰어들기!’
최근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되는 컴퓨터 게임과 ‘매트릭스’류의 사이버 영화들이 마니아를 사로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8명이 동시에 인터넷 상에서 즐기는 ‘머그 게임’이 보편화된데다 △장르도 게이머가 상황을 조율하는 ‘전략 시뮬레이션’(스타크래프트가 대표적)이 시장을 압도할만큼 ‘참여와 쌍방향성’이 특징이다. 물론 ‘만들어진’ 화면을 보는 만큼 게임소프트만큼의 ‘참여’는 어렵지만 영화도 사이버 게임의 이러한 특징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특히 극 중 상황과 인물의 역할이 게임의 ‘옵션’기능처럼 설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 ‘토탈리콜’에서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가상현실 속 화성여행을 떠나면서 피부색 머리모양 몸매 등으로 세분해 여자파트너를 고르는가 하면, ‘매트릭스’에서는 여주인공 ‘트리니티’가 처음 보는 헬기를 조종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아예 필요한 프로그램을 머리에 입력받기도 한다. 이는 게임에서 자신에 맞는 무기를 고르는 장면과 흡사하다.
‘화면 위의 삶’(Life on the Screen,미국 Simon&Schuster사 발간)이라는 저서를 낸 셰리 터클교수(미 MIT·과학사회학)는 “게임은 사이버 세대의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게이머들이 게임 속의 캐릭터들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전투방식을 찾는 것은 결국 자신의 기호를 게임 속에 이입하는 과정이고 이를 통해 인터넷으로 연결된 상대방과 소통망을 엮어간다는 것.
백욱인교수(서울산업대·사회학)는 “게임과 이를 차용한 영화를 통해 사이버문화 자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이버세대는 익명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나름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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