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은 “섹스 어필하는 것도 여성의 무기”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그는 “무차별한 남녀 평등보다 오히려 여성을 부각시킬수록 여성의 힘이 커진다”면서 “나를 숭배하는 남자가 많을수록 (나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떤다.
TV나 라디오 등의 무대에서 ‘선택’을 부를 때 그는 관객들에게 맘껏 ‘성적으로 호소’한다. 관능적인 음색과 뇌쇄적인 몸놀림, ‘적당한’ 노출과 화려한 분장. 168㎝ 46㎏의 몸매에서 나오는 율동은 자못 유혹적이다.
그가 라틴 리듬의 댄스곡을 들고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쉽고 강렬하고 화려하기 때문이죠. 세계적으로 라틴 댄스 바람을 몰고 왔던 ‘마카레나’에서 그 위력을 실감했어요.”
‘선택’은 리듬이 그다지 빠르지 않고 가사도 도발적이지 않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백지영의 전략은 ‘보여주기와 감추기의 황금 분할’로 볼 수 있다. 수 십 가지의 율동이나 패션이 그런 계산을 추측케 한다. 율동 연습할 때도 카메라를 보고 유혹적인 눈빛을 짓기 위해 하루에 수 십번씩 거울로 눈만 쳐다보기도 한다.
“남자들을 홀릴려고 나왔다는 핀잔을 듣기도 해요. 이쁘지도 않으면서…. 그렇지만 여성의 건강미를 보여주는 게 어때요?”
‘선택’이 한 달에 10만장 가까이 팔린 것은 놀라운 흥행성적. 더구나 올 상반기 음반 판매가 지난해보다 30%나 더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빠른 판매속도다.
인기 배경에는 백지영의 가창력도 한 몫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도 노래와 춤을 동시에 잘하는 몇 되지 않는 여가수로 꼽힌다. 백지영도 “무명시절 내가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도 댄스 가수들이 입만 벙긋하는 것이 실망스러웠다”며 자신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음반의 주요 구매층. 소속사 ‘파레트 뮤직’측은 “남학생과 군인 등 남성보다 소녀들이 음반을 더 많이 산다”고 밝혔다. 구경모 SBS PD는 “자유와 개성을 외치는 소녀들의 코드가 백지영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백지영은 백제예술대 방송연예과에서 연극연기를 전공했다. 어릴 때 배운 클라리넷과 피아노는 수준급. 그러나 그는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한다. 노래에 어떤 운명적인 힘을 느꼈던 것. 재학중 뮤지컬에 출연했다가 교수가 권해 가수의 길로 본격적으로 나섰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