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실천진영 합쳐 계간지 '진보평론' 창간

  • 입력 1999년 8월 24일 18시 52분


“‘좌파의 좌파’로서 진보계열 속에서 좌파의 근본주의적인 입장을 추구하겠다.”

우리사회 진보계열의 학자들은 이제‘좌파’라는표현을공개적으로 사용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좌파’의 이론가들과 현장 활동가들은 28일 계간지 ‘진보평론(The Radical Review)’을 함께 창간한다. 유럽 공산권 붕괴 후 방향 정립에 어려움을 겪어온 좌파가 모인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이념 논쟁에서 주류를 자처하기 곤란하게 된 좌파는 이제 다양한 사회 문화세력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입장에 서 있던 게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좌파의 이론진영과 실천진영이 힘을 합쳐 ‘좌파의 좌표’를 설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론진영에는 서울대 김진균(사회진보연대공동대표) 김세균(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소장) 최갑수(민교협공동의장), 실천진영에는 이환재 전국노동단체연합회장, 이종회 사회진보연대사무처장 등이 포진했다.

현재 ‘진보평론’에 참여한 회원은 이론진영 약 120명과 실천진영 약 80명으로 총 200여명.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창간 준비와 함께 내부토론회와 정기포럼, 세미나 등을 개최해 왔다. 계간지의 창간을 계기로 이론과 실천의 장에서 각기 활동하던 진보적 인사들이 서로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동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론가측에서도 중견학자들 뿐 아니라 윤수종(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이진경(서울대 사회학과 강사) 등 이른바 ‘신좌파’도 참여했다.

좌파 이론가들은 92년에도 ‘이론’지를 창간했지만 큰 성과 없이 98년 폐간했다. ‘진보평론’측은 이론과 실천의 당사자들이 연대의 장을 마련해 간다는 점에서 여타 진보계열 이론지와 차별성이 있다고 말한다.

학계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과격한 방법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던 우리사회의 좌파계열이 ‘자본주의는 내적 모순으로 인해 자연 해체되기 때문에 굳이 혁명같은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200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좌파가 사회의 일원으로 어떤 목소리를 만들어 갈 지 주목된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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