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해외 가을-겨울 컬렉션]새천년은 곡선미-복고풍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07분


올해 초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열린 99가을겨울 컬렉션. 구찌의 탐 포드를 비롯한 톱디자이너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지젤, 프랭키, 카르멘 등을 모델로 내세웠다. 마르고 갸냘프기 보단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선이 돋보이는 ‘굴곡진’ 몸매가 이들의 특징.

그만큼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세계적 의류브랜드들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얘기. 육체의 곡선과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면서도 조금은 복고적인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가는 전위적 분위기 또는 아방가르드적인 이미지가 나올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은 셈.

프라다(Prada)는 미래지향주의를 벗어나 ‘영국의 전원’을 테마로 잡았다. 특수소재 대신 트위드나 가죽, 실크를 사용. 파스텔 색상을 버리고 그린, 카키색, 베이지, 황토색 등 내추럴한 색깔을 주조색으로 택했다.

구찌(Gucci)는 몇시즌 동안 고집해 온 히피스타일을 이번에도 내놨다. 그러나 모피나 구슬장식 등 사치스럽게 보이는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색깔이 풍부해진 건 변화다. 80년대 디스코풍이 가미돼 플레어 스커트에 롱부츠 차림이 등장.

질샌더(Jilsander)는 흑백을 기본으로 카키색과 브라운, 금색톤을 선보였다. 스커트 주름은 수직방향으로 뚜렷하게 잡아 원통과 같은 모양을 낸다. 반면 베르사체(Versace)는 휘감겨진 모양의 스커트로 볼륨을 강조.

페라가모(Ferragamo)는 품이 넉넉하면서 흘러내리는 듯한 스타일. 디자인은 심플하다. 울이나 앙고라, 벨벳처럼 부드럽고 감촉 좋은 소재. 코트와 가죽재킷은 풀오버스타일이 많다.

셀린느(Celine)는 캐시미어 소재를 스포티한 느낌으로 풀어냈다. 주머니에는 지퍼가 사용됐으며 바지는 날씬해졌다. 반면 스커트는 넉넉하다. 니트스웨터의 일부분은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늘여 ‘오래 입은 듯한’ 느낌.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파코 라반(Paco Rabanne)은 비대칭과 과장,형태의 왜곡 등을 연출.

〈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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