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모래위의 가짜 모래 그림' 김창영 개인전

  • 입력 1999년 8월 29일 18시 45분


“한국 모래를 구하지 못할 때는 신칸센을 타고 7시간씩 걸려서 한국쪽 해안가를 찾아 모래를 퍼오기도 합니다.”

일본 요코하마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 김창영(42)씨는 한국 모래를 구하러다닌다. 정확히 말하면 부산 해운대 모래이다. 왜 일까.

그의 작품 ‘샌드플레이(Sand Play)’ 연작은 젖은 모래밭을 누군가 손으로 한번 휘저은 듯한 모습이다. 진짜모래인지 아닌지 사람들은 혼돈을 일으킨다. 그림속에는 진짜 모래와 가짜 모래가 섞여있다. 그는 화면 바탕에 고운 모래를 붙인뒤 그위에 그림을 그린다. 밑바탕은 실제 모래이고 파헤쳐진 듯한 모래덩어리들은 그린 것이다. 극사실적표현이어서 구분하기 어렵다.

“세상에는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있다는 점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인생은 모래위의 흔적처럼 덧없다는 뜻도 담았습니다.”

82년 큰 무대에서 활동하기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요즘도 1년에 6번 정도 한국을 방문해 모래를 퍼간다. 여의치 않을 때는 시모노세키 등 부산과 인접한 일본 해안을 찾아 모래를 퍼가야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귀국하지 않을까. “저는 국수주의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밖에서 한국 땅을 생각할 때면 더 피가 끓습니다. 이 감정이 저의 창작 에너지입니다.”

그는 9월7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02―544―8481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