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자장면(炸醬麵)

  • 입력 1999년 8월 29일 18시 45분


중국이나 대만에서 유학하고 있는 제자들이 귀국하면 異口同聲(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자장면이 제일 먹고 싶었다’는 것이다.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나도 똑같은 경험이 있었다.

먼저 글자부터 보자. 자장면은 ‘炸醬麵’으로 쓰고 그야말로 자장면 냄새가 나는 본토 발음으로는 ‘짜 장 미엔’으로 읽는다. 외래어 표기시 된소리를 피하는 규정 때문에 ‘자장면’이라는 이상한 이름이 되고 말았다. 炸은 볶다는 뜻이다. 炸裂(작렬), 炸藥(작약)이라는 말이 있다. 醬은 간장 된장 고추장의 ‘장’이다. 우리말 같지만 한자다. 麵은 물론 국수고. 참고로 麵은 俗字(속자)이다. 따라서 炸醬麵이라면 ‘된장을 볶아 만든 국수’라는 뜻이 된다.

흔히 바닷물이 있는 곳에는 華僑(화교)가 있다고 한다. 과연 華僑는 전세계에 없는 곳이 없다. 무려 3500만명이 넘는다. 중국 사람들이 먹는 것을 중시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다. 그래서인지 華僑들은 하나같이 음식점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중국집’은 좋은 예다. 중국은 모든 분야에 걸쳐 남북의 차이가 뚜렷하다. 말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인종도 약간 다르다. 음식도 북방이 산지가 많아 밭곡식(밀 콩)에 육류 중심이라면 남방은 논 강 호수가 많아 쌀과 생선, 오리를 즐긴다.

자장면은 분명 가루음식에 속한다. 북방음식이 아닌가. 우리나라 華僑의 대부분이 서해바다 건너 山東省(산동성)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물론 중국이나 대만에도 炸醬麵은 있지만 우리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세계 각국의 중국 요리가 華僑들에 의해 현지화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炸醬麵이라도 전세계가 각기 다르며 우리나라의 炸醬麵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chung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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