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의 '역설투자론'

  • 입력 1999년 8월 29일 18시 45분


“인간은 돈 까먹는 데 천부적인 재질을 타고 났어요. 주식투자하면 누구나 잃게 돼있다니까요.”

딴 사람도 아니고 주식전문가가 이렇게 단언하는 데야 멈칫할 수 밖에 없다. 김지민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원장(선물금융공학팀장)의 역설투자론―‘잃기 위해 투자하라’.

‘혼자만 바보될까봐’ 서둘러 장에 뛰어들었다가 ‘나만 빼고 다 돈 번’ 현실에 망연해진 젊은 투자자 군단. 요즘 그들을 흔들어놓는 이 역설투자론이 장안에 화제다. 한탕을 노리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만을 좇는 고참 투자자들은 따라하기 쉽지 않겠지만 젊은 초보들은 습관들이기 나름이라는데….

투자클리닉센터(02―567―4411) 김원장과 ‘전문의’ 류한묵차장 하용현 김귀헌과장이 전파시키는 ‘주식투자 도닦기’.

◆잃을 수밖에 없다잃는 법을 배워라

작은 이익에 만족하며 그걸 빼앗길까봐 조바심치고, 손해보면 메울 때까지 포기 못하고…. 사람의 본성 자체가 ‘오를 땐 정신없이 오르고 내릴 땐 곤두박질치는’ 주가의 속성을 못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냉큼 팔아 조금밖에 못 챙기고 주가가 내리면 본전 생각에 미적대다 크게 잃는다는 것.

결론은 “500만명 모여 고스톱 치는 데 어찌 내가 따겠나? 난 잃을 수밖에 없다”라고 일찌감치 ‘포기’하며 손실 줄이기에 열중하는 것. 주식마다 ‘10% 내려가면 절반, 20% 내려가면 나머지 절반을 판다’는 식으로 손절매(損絶賣) 시나리오를 만들어두고 철저히 따르기만 한다.

만약 주가가 오르면? “난 떨어지면 팔겠다고 기다리는데 오르네?”라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기다린다.계속 오를 기미가 보이면 이전보다는 적은 액수로 조금 더 사둘 궁리를 하면서.

“이런 전략이라면 직장인들이 일하다말고 인터넷 통해 시세 챙기고, 결재받고와서 또 단말기 들여다볼 일이 없어요. 다음날 아침 신문에서 종가만 확인하면 되거든요.”(김원장)

◆똑똑한 만큼 빨리 망한다

직장인 사이버거래 요주의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사이버거래. 다양한 정보를 훑고 재빨리 주문을 내는 정보력과 순발력은 있을지언정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형국이 된다.

시세만 좇아 일희일비하다가는 ‘조금만 이익봐도 기쁘고, 손해가 나도 본전만은 건지고 싶은’ 본성을 따를 가능성도 크다. 매매가 잦아 수수료도 만만찮게 나간다.

◆실패하려면 이렇게 해본다

▽깡통 안 차려고 버티는 밴댕이속〓원금집착증(症) 물타기증 수익조급증 저가주선호증 등의 소심 보수형. A씨는 2730원으로 ‘만만해 보였던’ 계몽사 주식을 2500주 샀다가 1800원대에 파는 통에 232만원 손해. 대우전자 주식을 5070원에 산 것까진 좋았는데 오르는 걸 보자 되레 불안해져 이틀만에 팔았다.

▽한탕으로 크게 먹을 수만 있다면〓지나친 공격형. B씨는 8월초 한몫 챙길 요량으로 투자자금 2억원을 동국무역에 털어넣었다. 지금은 4050원짜리가 2900원까지 떨어지는 걸 속수무책으로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막연한 기대 속의 무사안일〓‘언젠가는 오르겠지’하고 굳게 믿는 천수답증 연중보유증. C씨는 5년전 삼성중공업 주식을 4만6000원에 사놓고는 1만3000원이 되도록 여지껏 붙잡고 있다. 다른 업종에선 삼성주들이 다 뜨는 걸 지켜보며 “그래도 삼성인데…”라는 말만 되뇌일 뿐.

◆도대체 언제 돈벌라는 거야?

주가가 오르는 걸 확인했을 땐 사두고 느긋하게 기다리라. 때론 더 사라. 싼 값에 미리 못 산 걸 후회하지 말고. 시세가 고꾸라지는 것을 확인했을 땐 미련없이 빨리 팔고 ‘때’를 기다리라.

“그렇게 ‘잘 잃으면서’ 살아만 있으면 강한 장세 올 때 돈 법니다.”(김원장)

누가 아는가. 설령 돈을 못 벌더라도 도(道)는 닦을 수 있을지도.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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