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호모 에티쿠스' 펴낸 철학자 김상봉씨

  • 입력 1999년 9월 3일 18시 29분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의 세상에 살면서 진정으로 ‘잘 산다는 것’, ‘좋은 삶’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95년에 그리스도신학대 종교철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98년 2월 해직, 99년3월 총장 직권으로 대우교수에 임용된 후 지난 8월 다시 해직. 5년에 걸쳐 대학가의 어두운 현실을 경험하며 이제는 재야의 철학자가 돼 있는 김상봉. 그가 서양철학의 ‘윤리’를 화두로 우리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저서를 내놨다. ‘호모 에티쿠스’(한길사).

“몇 년 동안 대학 강단에 있으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도덕한 사회인가를 절실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 재직 때인 97년부터 시작해 이제는 그의 직장이 된 ‘김상봉의 철학교실’이 그 체험에 대한 반성의 장소였고 이 책은 그 결실이다.

“해직된 철학자로 IMF 시절을 겪으면서도 물질적인 문제는 저만치 미뤄두고 어쩌면 가장 사치스럽다고 할 ‘선’(善)의 문제를 고민한 기록입니다. 참된 정신적 깊이는 그런 어려움 너머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눈 돌리는 곳마다 물질적 욕망이 번득이는 세상에서 그는 정신적 가치를 여전히 굳게 믿고 있었다.

“로마나 아테네가 돈이 없어서 몰락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나라의 역사든 ‘정신’이 있어야 건강하게 발전합니다. 우리 현실이 슬프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의미 있는 ‘정신’의 맹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칸트 전공자답게 철학자는 개인으로 살지라도 보편이성으로 사유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재야 강단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양운덕(고려대 강사), 이정우(전 서강대 교수)등과 함께 ‘철학학교’를 만들려고 합니다. 9일 창립 예정인 시민운동단체 ‘함께 하는 시민행동’에도 참여해 그 동안 겪은 교육의 문제를 제도적인 차원에서 풀어 볼 참입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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