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가 큰 힘을 들이는 것은 경제개혁이다. 경제개혁은 궁극적으로 각 경제 주체, 특히 기업이나 정부 기관과 같은 공식 조직의 개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국영기업의 민영화나 재벌의 구조조정과 같은 사안에서 잘 드러나듯 그런 개혁은 본질적으로 경영개혁이다.
아쉽게도, 지금 경제개혁을 경영개혁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런 사정은 일반 독자들을 위한 경영학 책들이 적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이것은 일반 독자들을 위한 경제학 책들이 꽤 많다는 현실과 대비된다.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21세기 지식경영(Management Challenges for the 21st Century)’은 경영학 분야의 그런 가뭄을 해갈해주는 책이다.
드러커는 반세기 넘게 경영학 분야에서 적잖은 추종자를 거느린 스승(guru) 노릇을 해왔다. 경영학 이론들이 빠른 유행주기를 가졌음을 생각하면, 드러커가 그렇게 오랫동안 주도적 경영학자였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다.
이 책은 적어도 그의 높은 명성을 깎아 내리지는 않을 듯하다. 현재에 대한 진단은 단호해서, 우리가 경영에 대해 품은 기본적 가정들을 깨뜨려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퍽이나 조심스럽고 단정적이지 않다. 그리고 비교적 무미건조한 경영학의 원칙을 다루었지만 경영학 외의 많은 분야들에서 추려낸 사례들이 이 책을 읽을만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것은 21세기의 경영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 책엔 지금 우리가 추진하는 경제개혁에 실제적 도움이 될만한 얘기들이 많다는 점이다. 성과의 정의(定義)에 대한 논의가 특히 그렇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은퇴생활을 오래 즐기는 부유한 중산층과 거대한 기금을 관리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나타나면서 기업의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이루어졌던 균형이 깨지고 법적 주주들로 권력이 옮겨가고 있다.
그 사실은 필연적으로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논쟁을 불러왔고, 주주의 이익은 다른 것들에 우선하는 경영의 목표가 됐다. 그러나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다. 전문 지식을 갖춘 종업원들의 이익과 타협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경제개혁의 핵심은 재벌의 개혁, 재벌 개혁의 핵심은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이다. 드러커의 진단과 처방은 이 복잡한 문제에 접근하는 길과 피해야 할 위협들을 또렷이 제시한다.
복거일(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