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대담]'기후변동'/김기현-이강웅 교수

  • 입력 1999년 9월 3일 18시 29분


《‘이상기후’. 세기말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지구촌 전역에서 폭우와 가뭄, 이상고온과 강추위로 문명사회 기간시설이 마비되고 사람들이 죽어간다. 말세론자들의 주장대로 ‘심판의 날’이 다가온 증거일까. 도대체 우리의 대기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최근 번역 출판된 ‘기후변동’은 이런 맥락에서 보기드문 과학교양서다. 대기현상에서 무엇이 이상(異狀)이고 무엇이 정상인지, 과학자들이 명백히 규명한 사실과 현재 수준으로 해명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비 전공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기 때문이다.

역자 이강웅교수(한국외국어대 환경학과)와 동료학자인 김기현교수(세종대 지구과학과)가 이 책의 두드러진 점들과 핵심을 짚어보았다.》

▽김〓저자 크루첸은 성층권에서의 오존 파괴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대기화학분야의 창시자로 꼽힙니다. 이 책은 그의 명성에 걸맞게 화학적 요소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하고 있어요. 사실 일반인은 물론이고 대기과학 전공자들조차 물리적 요인 이외에 화학적 요인들이 대기의 변형을 가져온다는 점은 간과하지 않습니까.

▽이〓저자들의 집필의도가 오염에 따른 대기의 화학적인 변화가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진단하는 것입니다. 기후는 크게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유입되는 에너지와 지구가 방출하는 복사에너지 사이의 균형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런데 인류에 의한 ‘오염’이 지구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경로에 화학적인 변화를 주는 거죠.

▽김〓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과민’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모든 환경변화가 다 이상현상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20억∼30억년 후면 지구는 더 이상 생명체가 존속할 수 없는 환경이 되는데 이건 자연적인 변화과정일 뿐이잖습니까.

▽이〓그렇습니다. 태양이 노화하면서 지구상에 도달하는 복사에너지가 늘어나 앞으로 한 10억년 후 쯤이면 사람이 살 수 없을만큼 기온이 높아질 거라고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지요.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봅시다. 인류의 존망이 얘기될 정도로 거대한 변화가 아닌 아주 약한 자연적 재앙에도 전 지구적으로 사회 경제 심지어 군사적인 영향이 확대 전파되지 않습니까.

▽김〓초등학생들조차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한두번 비를 맞는다고 대머리가 되는 게 아니라든가, 산성비 속에 식물생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황(S)이 있다든가 하는 사실은 제대로 짚어지지 않죠. 환경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해서 반대효과를 노리는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환경오염에 의한 기후변화의 문제점을 얘기하면서도 표피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데이터로 예측 분석한다는 것이 미덕입니다.

▽이〓기후변화에 관해 많은 부분이 과장돼 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연이 우리의 과오를 어느 정도까지 참아줄지 누구도 그 한계를 모른다는 거지요. 지금의 지구상태는 용수철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진동 안에서 유지되기는 하는데 얼마만큼의 추를 달면 용수철의 추가 끊어질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김〓이 책은 오존구멍과 산성비 등에 대한 원리와 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그 경향조차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저자들도 인정하고 있는데요.

▽이〓오존구멍이나 산성비의 경우 오염과 그 현상의 인과관계가 비교적 뚜렷합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1을 넣으면 2가 나와야 되는데 마이너스2가 나오는 식이지요. 온난화가 상당부분 자연적인 변화인데다가 오염에 따른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 미래예측에 어려움이 많아요.

▽김〓책 6장에 21세기 초음속 비행기 운항이 활발하게 될 경우의 대기오염을 미리 예측한 연구결과가 실려 흥미롭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초음속 비행기가 날아다녀도 성층권 오존 농도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역자도 이에 동의하십니까.

▽이〓사실 제가 저자와 견해를 달리한 부분이 바로 그 문제입니다. 저자는 오존량이 현재보다 2% 정도 줄어든 결과를 제시하는데 이것은 앞으로 개발되는 초음속 여객기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현재 운항 중인 콩코드 수준보다 약 10배 감소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겁니다. 문제는 저자가 사용한 이 자료를 만든 과학자들이 보잉이나 록히드같은 초음속 항공기제작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거죠. 경제적 이유로 현재의 비행기엔진이 그대로 쓰인다면 오존량은 현재보다 20%가 줄어들 것입니다. 저는 단 2% 감소도 걱정스럽습니다.

〈정리〓정은령기자〉ryung@donga.com

▼'기후변동'토마스 그레델, 폴 크루첸 지음/ 사이언스북스/ 234쪽 1만8000원▼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크루첸과 환경학자로서 산업생태학 발전에 공헌한 그레델이 비(非)전공자의 눈높이에 맞춰 쓴 대기과학 개설서.

산성비 오존구멍 등에 대한 설명은 명쾌하지만 아직 연구중인 엘리뇨와 지구온난화의 관계는 언급하지 않는다. 흔히 ‘이상기후’라고 얘기되는 현상 중 과학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명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읽기 어렵다면 2,3장에 집중된 화학식은 뛰어넘어도 무방하다는 게 역자의 조언. 사제간인 서울대 해양학과 김경렬교수와 이강웅교수가 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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