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번역 출판된 ‘기후변동’은 이런 맥락에서 보기드문 과학교양서다. 대기현상에서 무엇이 이상(異狀)이고 무엇이 정상인지, 과학자들이 명백히 규명한 사실과 현재 수준으로 해명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비 전공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기 때문이다.
역자 이강웅교수(한국외국어대 환경학과)와 동료학자인 김기현교수(세종대 지구과학과)가 이 책의 두드러진 점들과 핵심을 짚어보았다.》
▽김〓저자 크루첸은 성층권에서의 오존 파괴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대기화학분야의 창시자로 꼽힙니다. 이 책은 그의 명성에 걸맞게 화학적 요소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하고 있어요. 사실 일반인은 물론이고 대기과학 전공자들조차 물리적 요인 이외에 화학적 요인들이 대기의 변형을 가져온다는 점은 간과하지 않습니까.
▽이〓저자들의 집필의도가 오염에 따른 대기의 화학적인 변화가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진단하는 것입니다. 기후는 크게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유입되는 에너지와 지구가 방출하는 복사에너지 사이의 균형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런데 인류에 의한 ‘오염’이 지구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는 경로에 화학적인 변화를 주는 거죠.
▽김〓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과민’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모든 환경변화가 다 이상현상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20억∼30억년 후면 지구는 더 이상 생명체가 존속할 수 없는 환경이 되는데 이건 자연적인 변화과정일 뿐이잖습니까.
▽이〓그렇습니다. 태양이 노화하면서 지구상에 도달하는 복사에너지가 늘어나 앞으로 한 10억년 후 쯤이면 사람이 살 수 없을만큼 기온이 높아질 거라고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지요.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 봅시다. 인류의 존망이 얘기될 정도로 거대한 변화가 아닌 아주 약한 자연적 재앙에도 전 지구적으로 사회 경제 심지어 군사적인 영향이 확대 전파되지 않습니까.
▽김〓초등학생들조차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한두번 비를 맞는다고 대머리가 되는 게 아니라든가, 산성비 속에 식물생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황(S)이 있다든가 하는 사실은 제대로 짚어지지 않죠. 환경에 대해서 너무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해서 반대효과를 노리는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환경오염에 의한 기후변화의 문제점을 얘기하면서도 표피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데이터로 예측 분석한다는 것이 미덕입니다.
▽이〓기후변화에 관해 많은 부분이 과장돼 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연이 우리의 과오를 어느 정도까지 참아줄지 누구도 그 한계를 모른다는 거지요. 지금의 지구상태는 용수철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진동 안에서 유지되기는 하는데 얼마만큼의 추를 달면 용수철의 추가 끊어질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김〓이 책은 오존구멍과 산성비 등에 대한 원리와 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그 경향조차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저자들도 인정하고 있는데요.
▽이〓오존구멍이나 산성비의 경우 오염과 그 현상의 인과관계가 비교적 뚜렷합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1을 넣으면 2가 나와야 되는데 마이너스2가 나오는 식이지요. 온난화가 상당부분 자연적인 변화인데다가 오염에 따른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 미래예측에 어려움이 많아요.
▽김〓책 6장에 21세기 초음속 비행기 운항이 활발하게 될 경우의 대기오염을 미리 예측한 연구결과가 실려 흥미롭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초음속 비행기가 날아다녀도 성층권 오존 농도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역자도 이에 동의하십니까.
▽이〓사실 제가 저자와 견해를 달리한 부분이 바로 그 문제입니다. 저자는 오존량이 현재보다 2% 정도 줄어든 결과를 제시하는데 이것은 앞으로 개발되는 초음속 여객기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현재 운항 중인 콩코드 수준보다 약 10배 감소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겁니다. 문제는 저자가 사용한 이 자료를 만든 과학자들이 보잉이나 록히드같은 초음속 항공기제작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거죠. 경제적 이유로 현재의 비행기엔진이 그대로 쓰인다면 오존량은 현재보다 20%가 줄어들 것입니다. 저는 단 2% 감소도 걱정스럽습니다.
〈정리〓정은령기자〉ryung@donga.com
▼'기후변동'토마스 그레델, 폴 크루첸 지음/ 사이언스북스/ 234쪽 1만8000원▼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크루첸과 환경학자로서 산업생태학 발전에 공헌한 그레델이 비(非)전공자의 눈높이에 맞춰 쓴 대기과학 개설서.
산성비 오존구멍 등에 대한 설명은 명쾌하지만 아직 연구중인 엘리뇨와 지구온난화의 관계는 언급하지 않는다. 흔히 ‘이상기후’라고 얘기되는 현상 중 과학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명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읽기 어렵다면 2,3장에 집중된 화학식은 뛰어넘어도 무방하다는 게 역자의 조언. 사제간인 서울대 해양학과 김경렬교수와 이강웅교수가 공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