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30)의 신작 장편 ‘개인적 체험’(실천문학)은 일종의 ‘후일담 문학’으로 읽힌다.
88년 대입시험 합격 통지서를 받자마자 뛰어든 지방의 시내버스 차장 생활, 총학생회 간부 시절 맞이한 강경대 김귀정 치사사건, 구로공단 위장취업, 운동권내 노선갈등 등이 때로는 감상적으로, 때로는 연대기적인 치밀함을 갖고 기록됐다.
“자전적 요소? 80%쯤 될까. 더 될지도 모르겠다. 완결된 소설 형식으로 허구의 집을 짓겠다기 보다는, 먼저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서 쓴 거니까. 마음에 갖고 있는 얘기는 남겨두지 않고 다 쓰려 했다.”
‘남겨두지 않음’의 미덕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90년대 초반, 작가는 그들 사이의 끈끈한 연대감, 희망을 묘사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다만 그뿐이었던가.
첨예한 노선갈등과 분열, ‘우리는 다수자의 횡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 행사했다’는 반성도 덧붙여진다. 총으로 무장한 도시 게릴라를 꿈꾸던 일부의 광기까지, 그의 마음에 새겨진 비망록을 벗어날 비밀은 없다.
그러나 김별아의 육성에 눅눅한 후회의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우연히 만난 옛 사랑과의 인연을 빌어, ‘누구나 지나간 일, 과거의 시간에 대해서는 너그럽다. 부재한 것들에 대해서까지 심판하고 분노하고 저주하는 일이란 허망함을 넘어서 때로는 누추하다’고 적는다. 반면 지나간 시절을 고귀한 제단위에 올려놓으려 하지도 않는다. 여행중 만난 가이드의 말을 빌어 이야기하듯, ‘폐허는 숭배하지 않는 것’이므로.
그리하여 그는 앞선 ‘후일담 문학’에 대해서도 소설의 한 장을 빌려 발언을 감행한다. ‘통음과 췌사로 회상하고 불륜과 파경으로 배반하며 비틀거리는 자화상을 위악적으로 과시하는 그 소설들을 읽으면(중략) 공연한 시비라도 한 판 붙고 싶어지기 마련이었다’고 그는 쓴다. 나아가 기자에게 들려주는 감상은 더욱 통렬하다.
“타인과 공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런 소설들이 있었다. ‘그때 나는 운동을 했다’는 말만으로 끝이다. 무엇을 얼마나 치열하게 했다는 말은 없다. ‘그때 우리는 아름다웠고 이유도 없이 지금은 괴로워 비틀거린다’는 식이다. 분명 반성할 것이 있었는데 반성은 거쳤는가.”
‘개인적 체험’은 원래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제목.
“오에는 문학도 어디까지나 인간의 삶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한다. 그래서 그를 좋아한다.제목이 같은 점은,일찌감치 의식한 것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