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라면서 흔히 매를 맞는다. 그렇지만 모든 경우가 반드시 맞을 만큼 잘못해 얻어맞는 것은 아니다. 설령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과연 그 잘못이 맞을 만한 것이었는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사실 애매모호하다.
소위 ‘사랑의 매’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나 교사들로부터 매를 맞고,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물론 모든 체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운데 상당한 비율은 결코 사랑도, 교육도, 아동을 위한 것도 아니다.
최근 일각에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아이에게 무조건 체벌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동에게 매를 드는 것이 모두 학대는 아니다.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오래 전부터 아동에 대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때리는 대신에 아이들 몸을 잡고 흔들면서 큰소리로 야단을 친다. 그러다보니 최근 이러한 훈육 방법으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생기자 이제는 ‘아이를 흔들지 마라’는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 아이들을 때리지도 마라, 흔들지도 마라, 그렇다면 어떻게 야단치라는 것인가. 아마 나중에는 아이들에게 큰소리로도 야단치지 말라고 할지 모르겠다.
이에 비해 한국의 부모들은 너무도 쉽게 아이들을 때린다. 때리는 것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아이가 잘못했을 때 때리면 잘못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서도 훈육할 수 있어야 하고,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나중에 아껴서 사용할 방법이 체벌이다. 체벌을 할 때도 화가 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들고 닥치는 대로 마구 두들겨 패면 안된다. 아이에게 매질을 할 때도 지켜야 할 법도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는데 자녀를 가르치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고액과외를 시켜야겠고, 그러기 위해 때로 부정을 저지르기도 한다. 아무리 훈육이 목적이고 아이가 잘못했더라도 아이에게 마구잡이식 체벌 또는 모욕이나 부당한 대우가 용납돼서는 안된다. 죄가 아무리 미워도 정당한 절차를 밟아 정당하게 벌을 받고 반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만 아이도 진정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다.
훈육의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관심과 격려이다. 체벌보다는 이 같은 관심과 격려, 때로는 무관심, 충고나 질책이 더 필요하다. 아이들을 올바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벌이나 매질보다는 우선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한다.
안동현<한양대 의대교수·소아정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