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월경 제대로 보기'운동…"쉬쉬말고 떳떳하게"

  • 입력 1999년 9월 6일 02시 03분


‘월경 다시보기’. 여성의 일상인 동시에 교묘하게 가리워졌던 삶의 한 조각인 월경을 제대로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초경을 맞은 딸에게 축하카드를 보내는 아빠들이 ‘화제’가 됐을 정도로 지금까지 월경은 부끄럽고 감춰야할 것으로 여겨졌다. 월경을 ‘생리’란 포괄적 개념으로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 그러나 최근 월경을 드러내 놓고 다시 봄으로써 ‘여성삶의 8분의 1시간’으로 제대로 평가하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드러내자

서울 M중학교 1년 이상미양. “생리요? 여자친구끼리는 자주 얘기해요. 찝찝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고 고프기도 하다고. 남자애들한테는 얘기 안해요. 야하잖아요.”

7월말 개설된 생리대 등을 만드는 회사 P&G의 홈페이지 ‘생리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가지 것들’(www.whispergreen.co.kr)이 인기다. ‘49가지 생리상식’ ‘초경 축하 인터넷카드’가 들어 있다. 호기심 많은 중고생이 주로 찾고 있다고.

중고교 여교사들의 모임인 여교사협의회는 최근 직장여성의 생리휴가처럼 여학생 월경때의 결석도 인정해주자는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여학생을 양호실에서 쩔쩔매게 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 놓고 해결해 보자는 취지.

▼바로보자

이같은 움직임은 남성우월주의에 반대하는 페미니즘 흐름과도 통한다. 고려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연합 여성문화기획팀 ‘불턱’은 10일 낮12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대운동장에서 여는 ‘제1회 월경페스티벌’(02―3290―1844)을 통해 공개적 언급을 꺼려온 ‘여성의 생리’에 대한 의미부여에 나선다.

이 축제가 대학생들만의 행사는 아니다. 초경을 맞은 초등학생부터 폐경기의 여성까지 누구나 참가할수 있다. 문화기획자 변리나 이혜경씨,여성학자 오숙희 조혜정씨, 가족과성상담소 안혜성상담부장,전국여한의사협회 고은광순협회장등이 자문단혹은 고문단이다. ‘그가 생리를 한다면’이라는 연극이 상연되고 월경 축하파티도 열린다.

▼당당해지자

여성학계에서는 폐경을 ‘여성의 끝’이 아닌 ‘완성’으로 보고 ‘완경(完經)’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의 일부 여성운동가들이 폐경기를 통과의례로 인식하며 축하카드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성인식을 축하하듯 ‘보다 성숙된 여성’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완경기를 축하해야 한다는 이유.

여성학자 이숙경씨는 “생리대는 티슈와 다를 바 없다. 월경에 대한 터부를 벗어 던져버리고 월경을 바로 보고 당당하게 받아들이자”고 주장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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