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지구촌 ‘히피패션’ 바람…세기말의 기대-불안 반영

  • 입력 1999년 9월 9일 19시 21분


길게 늘어뜨린 머리와 낡은 청바지, 자수장식. 가수 엄정화는 70년대 디스코풍의 ‘페스티벌’을 부르면서 치렁치렁 술이 달린 히피차림으로 춤을 춘다.

국내만이 아니다. 이미 구찌 프라다 샤넬 등 해외명품에서도 가을 겨울 트렌드 중 하나를 히피룩으로 잡았다. 할리우드 영화 ‘오스틴 파워’에서 선보였던 알록달록 촌스러운 듯한 옷차림도 히피룩의 일종.

2000년을 불과 넉달 앞둔 가을 거리에 히피바람이 불고 있다. 세기말, 왜 히피룩인가.

디자이너와 고객들이 지난 4,5년간 독주했던, 아무 장식없는 단순한 ‘미니멀리즘 패션’에 지겨워졌기 때문일까. 물론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동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세기말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패션학교 ‘에스모드 서울’카트린느 카를로니교수(스틸리즘담당)는 주장한다.

“세기말, 새로운 천년에 대한 기대와 불안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게 만들고 있다. 히피패션은 65년말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당시 미국 젊은이들은 물질문명에 반발해 자연상태로의 회귀, 혹은 정신적인 가치에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랑 자유 평화를 옷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인간-자연미 풍기는 옷 추구 ▼

히피문화의 결정체는 록음악페스티벌인 미국의 우드스톡축제. 69년 첫 축제에서는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젊은 세대와 히피 문화인들이 모여 반전, 기성세대와 기존체제에 대한 도전, 저항이라는 자신들의 이념을 알렸다. 최근 뉴욕주 롬에서 30주년 기념 공연이 열려 그때의 열기를 되살리기도 했다.

당시 축제에서는 토플리스나 해진 청바지 차림이 많았으나 요즘의 히피스타일은 훨씬 깨끗하고 정돈된 형태.

털과 술로 부분 장식하거나 꽃과 민속풍 느낌이 나는 무늬를 사용해 히피분위기를 표현한다. 긴 머리는 땋거나 부피감있게 파마를 한다. 날씨가 차가와지면 소매없는 방한의류인 케이프와 롱부츠도 20대 초반의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할 전망.

최근 김행자씨와 함께 연 모녀패션쇼에서 히피풍 패션을 선보인 박지원씨는 “천연소재, 인디언풍의 술이나 구슬장식, 손땀이 밴 아플리케 등으로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냄새가 나는 옷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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