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거리를 지나 어딘가로 향한다. 거리는 사람의 공간이다. 거리에는 역사와 문화가 있고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의 거리는 어떠한가. 사람보다는 차량이 우선하는 거리, 개발의 논리에 밀려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사라진 거리. 거기 정녕 사람의 숨결은 존재하는가.
★본보에 연재 호평받아
이 책은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우리 거리에서 사람과 역사를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 참신한 시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거리의 이면을 읽어내고 있다.
여기 실린 글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어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기획시리즈 ‘건축가 서현의 우리거리읽기’를 토대로 한 것이다.
저자가 다룬 거리는 서울의 종로 세종로 태평로 덕수궁길 소공로 테헤란로 여의도공원 인사동 한강다리, 부산의 광복동, 광주의 금남로, 경기 수원 화성과 일산 신도시, 전북의 전주와 군산 등 20여곳.
사람이 사라진 대표적 거리는 광화문 앞 세종로. 저자는 첫눈 내리는 날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연인과 데이트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싱그런 젊음과 웃음이 햇살처럼 번지는 거리가 아름답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샹젤리제처럼.
소공로 덕수궁길과 군산에선 불행했던 근대사에 의해 왜곡되고 일그러진 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일제시대 곡물수탈의 상징이었던 군산. 저자는 개항 100주년을 맞은 군산에서 일본식 건물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 그 거리에 남아있는 침략의 역사는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서럽던 우리의 역사를 증거하기 위해서라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알맹이 없는, 어설픈 전통 계승에도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한다. 콘크리트에 무조건 기와만 얹으면 전통의 면죄부를 받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축가들의 잘못된 시각을 지적한다. 광장 자체의 역사는 내팽개친채 세종대왕 동상과 팔각정만 세우고 전통 계승 운운하는 여의도광장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거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우리의 거리를 낯설게함으로써 그 거리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그것은 성찰의 메시지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시민이여, 분노하라. 건물이 아직도 도시를 더럽히거든 그 이름에 침을 뱉어라.”
302쪽, 1만20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