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비평계에 ‘문지 권력논쟁’이 화제다. 발단은 계간지 ‘문예중앙’가을호에 실린 기획특집 ‘한국문학 비평을 비평한다’. 평론가 두사람이 출판사 ‘문학과 지성’과 이 회사의 계간지 ‘문학과 사회’(문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집에서 문학평론가 권성우(동덕여대 교수)는 “오늘날 ‘문사’는 순문학의 장(場)에서 막강한 지배권력”이라며 “‘문사’는 자신들이 문학계의 주류 권력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 권력을 최대한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특집에서 문학평론가 윤지관은 “비평행위란 파당성을 떨치고 객관성으로 나아가야 하는 일”이라고 정의한 뒤 “문사는 사회 중간계층의 파당성을 갖고 있으며, 인간관계로 맺어진 동아리 이기주의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사람의 주장에 대해 문사 편집위원 정과리(충남대 교수)는 “문사는 오늘날 가장 영항력 큰 ‘상업주의’의 권력에 대항해 왔다”며 “권력에는 다양한 층과 양태가 있는데, 최근 문사에 대한 비판은 다양한 층을 고려하지 않은 채 권력이라는 용어 자체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사 편집위원 홍정선(인하대 교수)은 “문학은 근원적으로 중간계층의 소산임을 부인할 수 없으며, 이는 문사에 대한 비판자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될 것”이라며 문사를 파당성에 따라 규정하는 주장을 반박했다.
‘문학과 사회’전신인 ‘문학과 지성’은 70년 김현 김병익씨등 서울대 출신 비평가들이 공동출자로 창간, 자체 기획과 편집이라는 새로운 잡지발간 형태를 선보인 이래 지속적으로 새로운 작가 평론가를 발굴해 왔다. 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된 뒤 88년 ‘문학과 사회’라는 이름으로 복간됐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