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굴지의 S전자 임원들은 지난4월 미국책 한권의 발췌번역록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책 제목은 ‘CLICKING(클리킹)’.
컴퓨터산업이나 인터넷사업을 분석한 책? 아니다.
‘클리킹’은 마케팅 예측서. 그러나 다소 엉뚱하다. 저자가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이라는 장난스러운 닉네임을 쓰는 여자라는 것도 그렇지만 ‘설문조사하니 몇 %가 이렇게 답했다’는 식의 틀에 박힌 수치, 데이터들을 발견하기 어렵다.
▼21세기 마케팅 예측서▼
‘남자에게도 울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다 버리고 나만을 위해 산다’ ‘지구를 지켜라’…. 저자 팝콘이 정리한 17개 트렌드변화 주제는 카페나 미용실의 잡담, 만화 대사를 옮겨놓은 것 같았다. 그러나 ‘클리킹’의 ‘탁견’에 관한 입소문은 국내 대기업 마케팅팀에 소리없이 번져나갔다.
이번주 발간된 책 ‘클릭! 미래 속으로’는 바로 그 ‘클리킹’의 한국어판이다.
팝콘의 주장을 읽으려면 먼저 ‘유행’과 ‘트렌드’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그의 마케팅기법 핵심이 ‘트렌드’를 잡아내는 것이므로.
▼대기업들 "화제의 책"▼
팝콘은 ‘유행’이 제품에 해당되며 유효기간이 짧고 속임수같은 것이라면 ‘트렌드’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도록 이끄는 원동력이며 평균 10년 이상 지속된다고 주장한다. 자연재해나 전쟁이 일어나도 트렌드가 완전히 뒤바뀌지는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팝콘은 유행이 아닌 트렌드를 비즈니스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17개트렌드 중‘환상모험트렌드’를 예로 미래를 가늠해보자.
전쟁위협 없는 문명사회. 사람들에게는 지루한 일상이 새로운 스트레스가 된다. 그러나 모험의 수위는 현실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만 허용된다.
‘안락의자 속 탐험’을 꿈꾸는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수심 200m에서 작동하는 태그 호이어시계나 사막을 건너가는 크라이슬러사의 지프 사하라를 즐겨 타는 사람들은 잠수부나 사냥꾼이 아니다. 바로 여유있는 월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들.
팝콘은 이런 맥락에서 ‘윌더링’(wildering, 자연즐기기)을 전망있는 사업으로 꼽는다. 아프리카 초원지대에서 텐트치고 신혼여행 즐기기, 이글루에서 여름휴가 보내기등 ‘터프한 사치’상품이 인기를 끌게 된다는 것.
팝콘의 트렌드예측은 특유의 정보수집방식에서 비롯된다.
▼기상천외한 발상 가득 ▼
그가 74년 설립한 컨설팅회사 ‘브레인 리저브’는 5000여명의 ‘재능뱅크(Talent Bank)’를 확보하고 있다. 10대 소녀부터 대기업총수까지 이색직업에 종사하거나 특이한 생각을 하는 ‘튀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입력한 은행.
팝콘 스스로가 비트족―배우지망생―법대 중퇴생―카피라이터로 좌충우돌 경력을 쌓았던 만큼 ‘이단자’들의 미래지향적 직관을 믿는 것이다. 조은정 김영신 옮김. 353쪽 1만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팝콘이 예언하는 17가지 트렌드▼
1 누에고치화〓안전을 느낄 수 있는 집에 틀어박히기. 원예업 유망.
2 유유상종〓핵가족문제를 보완하는 공동체추구. 동호인클럽 결성
3 환상모험〓안전장치 있는 일탈과 이국풍 선호. 퓨전푸드
4 반항적 쾌락〓금지를 깨뜨리는 즐거움.쿠바산 시가클럽 열풍.
5 작은 사치〓주머니 한도 내에서의 퇴폐적 실용성. 몽블랑 만년필 인기
6 마음의 안식처〓영적인 기쁨추구. 요가산업 번성
7 개성찾기〓오직 하나, 나만을 위한 상품. 리바이스 맞춤 청바지
8 여성적 사고〓위계가 아닌 연대, 친밀성을 강조하는 신경영 대두.
9 남성해방〓멋진 남성은 부드러운 남자. 유니섹스향의 부엌세제 등장.
10 아흔아홉가지 생활〓너무 바빠 돈을 주고 시간을 산다. 도우미산업 번창
11 행복찾기 변신〓내 취미를 사업으로 만든다. 의사가 제빵기술자로.
12 건강장수〓죽는 날까지 건강하고 싶다. 건강보조제, 대체의학 붐
13 젊어지기〓40에 새 인생을 시작한다. 평생교육기관 활성화
14 소비자감시〓소비자를 의식하는 비즈니스 대두
15 우상파괴〓더 이상 신성한 것은 없다. 클린턴 성추문 특수
16 S.O.S〓환경보호산업 붐. 전기자동차 재활용사업 인기
17 공포의 기류〓세상은 위험 덩어리. 항균장난감의 등장
※팝콘은 창업이나 신상품개발의 성공여부를 예측할 때 17개 중 4개 이상 적중하지 않으면 포기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