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설악 백담계곡. 예로부터 기(氣)가 센 사람들이 많이 찾아들었던 곳이다.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만해 한용운(卍海 韓龍雲)이 이곳에 들어와 시대와 세상을 한탄하며 정진했다. 일해 전두환(日海 全斗煥)역시 백담계곡에 ‘유배’돼 정권을 내놓은 울분을 달랬다.
백담사에는 지금 ‘걸레스님’중광, 소설 ‘만다라’의 저자 김성동이 살고 있다. 그들은 절의 회주인 조오현스님의 무애(無碍)의 그늘아래 안식하고 있다.
시조시인이기도 한 조오현스님이 수많은 선적(禪籍)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일컬어져온 벽암록에 ‘사족’을 붙였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기존의 상식을 깡그리 뒤엎기 위함”이요, 마조화상이 건강이 어떻느냐는 문안에 ‘일면불 월면불(日面佛 月面佛)이라고 한 것은 “오늘 죽어도 좋고 내일 죽어도 좋다는 의미”라는 등의 ‘헛소리’를 갖다 붙인 것이다.
그의 도반인 정휴스님은 “선의 비밀을 선방의 좌구밑에 감춰놓지 않고 백담계곡 너럭바위에 빨래 널어놓듯 꺼내놓은 것은 분명 오현화상의 자비심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고 적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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