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틴조선호텔, 국내 유일 와인 전용 저장소 설치

  • 입력 1999년 9월 12일 17시 50분


위스키브랜디 등 오래 보관할수록 비싸지는 증류주와 달리 와인의 수명은 3개월∼3년. 100년된 와인이 고가에 경매되는 것은 술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희귀성과 기념비성 때문이다.

발효주인 와인은 오래 묵혀봐야 색 향기 맛이 퇴색할 뿐. 따라서 아무리 좋은 와인도 저장 보관상태가 나쁘면 형편없는 와인으로 변해버린다. 최적의 와인 보관상태는 섭씨 10∼12도의 실내 온도와 69∼70%의 습도. 병은 항상 코르크 마개가 젖어있도록 눕혀 놓아야 한다. 병을 똑바로 세워두면 코르크 마개가 바짝 말라 균열이 생기고 이 틈으로 공기가 진입해 급격한 산화작용이 일어나기 때문.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 보르도지방의 술회사들은 이 조건에 맞추기 위해 지하 20m 깊이의 석회암동굴에 ‘천혜의 보관장소’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웨스틴조선호텔이 지난해 2월 지하1층에 10평 크기의 ‘전문 와인 셀러(Cellar·저장소)’를 설치, 운영중이다. 특수컨트롤장치와 감지센서가 이 셀러의 핵심부품.

다른 호텔은 대형냉장고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형편. 냉장고는 와인을 차게 보관할 수 있지만 문제는 ‘떨림’현상이다. 흔들리지 않게 보관해야 최상의 맛을 유지하는 와인의 특성상 냉장고의 진동은 와인 보관에 치명적.

조선호텔은 손님이 원할 경우 직접 와인 셀러에 내려가 소뮬리에의 설명을 듣고 와인을 골라 시음한 뒤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셀러안에는 테이블과 의자는 물론 낮은 기온에 추위를 느낄 고객을 위해 방한복도 마련돼 있다. 프랑스 등 전세계 250여종 3000병의 와인을 보유.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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