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블리저드 PC방’. 10여평 남짓한 PC방에 모인 18명의 주부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에듀텍이 7일부터 전국 200여개 PC방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펼치고 있는 인터넷 교육.
▼학교 직장과 연계▼
인터넷과 컴퓨터를 배울 기회가 없던 주부들은 이날 동네 PC방에서 난생 처음 ‘정보의 세계’에 빨려들었다.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인식돼온 인터넷 PC방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정보 문화’인 PC방이 게임 외에 인터넷 교육이나 사이버증권거래, 인터넷쇼핑 등으로 역할을 확대해가며 국가 정보화의 귀중한 인프라로서 자리잡고 있다.
▼음란물퇴치 운동도▼
대구시는 지역 PC방과 연계해 지난달부터 시민 인터넷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목포의 PC방 ‘사이버존’은 올 3월부터 목포 혜원여중 학생들에게 인터넷 PC사용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 서울 송파구 PC방 ‘사이버존’에서는 인근 외환은행 행원들이 인터넷을 배우고 있으며 대전 인천 등 전국 각지의 PC방들도 학교나 직장 등과 연계한 인터넷 보급 사업을 진행중이다.
전국의 PC방은 8월말 현재 1만2050개. 정보통신부는 이같은 PC방의 ‘순(順)기능’을 살리기 위해 PC방 열풍을 몰고온 인터넷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을 인터넷 게임 개발을 지원하고 PC방을 통한 인터넷 교육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PC방 업자들도 PC방의 외부간판이나 실내공간을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바꾸는 것은 물론 운영자에 대한 기본교육,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 배포 등 활발한 자구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보 인프라로 큰몫▼
그러나 현행 음반 및 비디오 게임에 관한 법률은 PC방을 게임물의 유통 소비라는 측면에서만 규정함으로써 PC방을 국가 정보화 인프라로서 활용하는데는 제약이 많다.
정보통신부 신순식 인터넷정책과장은 “PC방은 일본에서도 벤치마킹을 했을 정도의 귀중한 정보 인프라”라며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한 PC방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