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神主(신주)

  • 입력 1999년 9월 15일 09시 36분


기원전 1111년경 殷(은)을 멸망시키고 周(주)를 세운 武王(무왕)이 아버지 文王(문왕)의 木主(목주)를 수레에 싣고 폭군 紂王(주왕)을 치러 갔다. 이때 孤竹國(고죽국)의 두 왕자 伯夷(백이)와 叔齊(숙제)가 서로 왕위를 양보하다가 평소 흠모했던 文王을 찾아가던 중 뜻밖의 사망소식과 함께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먼저 葬禮(장례)부터 정중히 지내라고 고언한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首陽山(수양산)으로 향하던 중 周나라가 섰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도덕한 왕조의 곡식을 거부한 채 고사리를 캐 먹다가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다. 伯夷 叔齊가 忠臣(충신)의 대명사가 된 유래로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 보인다.

神主는 처음에는 간단한 나무조각을 사용했으므로 木主라고 했는데 지금도 중국에서는 木主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단단한 밤나무를 사용한다.

神主의 유래는 고대 중국의 영혼관념과 葬禮 풍습에서 유래한다. 중국사람들은 사람이 죽는 것을 ‘移民(이민)’가는 것쯤으로 여겼다(8월28일 望祭 참고). 따라서 죽은 조상은 생전과 다름없이 존재하며 후손의 吉凶禍福(길흉화복)까지도 主宰(주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잘 섬겨야 했는데 그 구체적인 방법이 祭祀(제사)다.

또한 고대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故人(고인)을 의자에 앉혀 놓고 葬禮를 지냈는데 여기서 나온 글자가 ‘尸(주검 시)’자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도 많아 후에는 故人의 친구가 代役(대역)을 맡게 되는데 진짜 故人의 시체는 죽었음을 확실히 밝히기 위해 ‘死(사)’자를 덧붙였으니 그것이 지금의 ‘屍(주검 시)’자다.

후에는 그것도 번거로워 故人의 靈魂(영혼)을 상징할 수 있는 물건으로 바뀌게 되는데 木主(神主)인 것이다. 그러니 神主는 죽은 이의 상징인 셈이다. 자연히 ‘神主모시듯’ 했다.

참고로 神主를 뜻하는 글자가 且(차)다.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영락없는 神主의 모습이다. 후에 ‘또’라는 부사로 假借(가차)되었으므로 示(기·귀신)에 且를 덧붙여 ‘祖(조상 조)’자를 새로 만들었다. 또 ‘助(조)’에도 且가 보이는데 역시 神主의 의미가 있다. 漢字를 알면 文化가 보이는 좋은 例다. 다음의 주제는 紙榜(지방)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chungsw@mail.hanya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