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통해 인생의 의미, 부자간(父子間)의 진한 사랑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논픽션 ‘마지막 라운드’(아침나라 펴냄). 96년 미국에서 출판되어 화제와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책이다. 저자는 제임스 도드슨으로 미국의 골프전문기자.
추석을 앞두고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거나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에게 권할만하다. 골프팬뿐만 아니라 골프를 모르는 사람이어도 좋다.
이야기는 2개월 시한부의 암선고를 받은 여든살의 아버지와 저자인 아들이 마지막 라운딩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목적지는 꿈에 그리던 골프의 본고장 스코틀랜드. 그곳의 여러 코스에서 라운딩을 하면서 아들은 아버지 인생의 비밀을 하나둘 알게 된다. 그린을 함께 거닐며 지난날 막다른 골목길에서 아버지가 건네주었던 조언이 무슨 뜻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닫고 그 깊은 사랑에 가슴을 저민다. 골프를 매개로 아버지로부터 삶의 의미와 긍정적인 인생관을 배우는 것이다.
“골프의 묘한 점은 필사적으로 달려들면 달려들수록 원하는 건 오히려 멀리 달아난다는 것이야. 골프란 그렇단다.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는 순간, 그 기적은 저 멀리 달아나버리지. 플레이의 진정한 기쁨은 하나 하나의 샷이 던져준 난제를 해결하려는 지적과정에 있단다.”
호텔로 돌아온 아들은 욕실에서 정성스레 면도를 하는 아버지의 늙은 모습을 보곤 눈물을 글썽인다. 병든 몸이지만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인생의 참 의미를 전하려는 아버지.
“인생이 우리에게 약속해주는 것은 슬픔일 뿐이야. 거기서 기쁨을 찾아야지. 슬픔은, 아니 인생의 매 순간은, 그리고 골프장에서 찾아오는 갖가지 어려운 상황은 늘 새로운 가능성을 안고 있는게야.”
그들의 라운딩은 이처럼 진솔한 사랑을 찾아가는 감동의 여정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부자간의 대화는 마치 인생의 잠언처럼 다가온다.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이고 아버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자식을 사랑해야 하는지, 인생의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골프에 관한 상식과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는 점. 190개에 달하는 공포의 모래 벙커로 세계적인 골퍼들을고뇌에 빠뜨렸던 영국의 로열리덤 코스, 로드 벙커로 악명높은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코스의 17번홀 등 세계 유수의 골프장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전설적인 프로 골퍼들에 얽힌 다양한 일화 등은 골프팬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플라잉 낚시를 통해 인생을 말했던 것 처럼 소설 ‘마지막 라운드’는 골프를 통해 인생을 가르친다. 380쪽 1만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