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철도주식회사 주주명부' 90여년만에 최초 공개

  • 입력 1999년 9월 17일 18시 15분


1900년대초 일본이 경부선 철도 건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공모할 때 참여했던 2만8000여명의 한국인과 일본인 주주명단이 실린 ‘일본 경부철도주식회사 주주명부’가 90여년만에 17일 처음 공개됐다.

1903년 경부철도주식회사가 발행한 이 ‘주주명부’에는 일본의 30여개 지역과 한국 등에서 당시까지 모집된 주주 2만8867명의 이름과 주식수가 기록돼 있다.당시 총 발행 주식수는 43만5000여주.

주주들 가운데에는 일본내 30여개 지역과 한국 중국 대만 러시아 등에서 참가한 일본인 주주들이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인은 100여명에 불과했다.이는 당시 경부선 철도가 외형상 ‘한일합작’으로 건설되긴 했지만 한국측의 참여는 형식적 수준이었을 뿐 식민지 지배의 야심을 키우던 일본인 주도에 의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명단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인 주주들의 면면.당시 황실관리인 민영철(閔泳喆)이 대한제국 황실을 대표해 3500주를 구입했고,이완용(李完用) 이지용(李址鎔) 박제순(朴齊純)등 당시 황실의 고위관료를 지내다 후에 친일파로 변신,을사5적에 포함된 인사들도 30∼70주를 구입했다.

이밖에 민영환(閔泳煥) 민영선(閔泳璇) 등 민씨 일가도 10여명이나 포함돼 당시 민씨 일가의 세도를 짐작케 했다.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인은 5주 미만에 불과했다.

한편 주주명부와 함께 입수된 ‘주식증서’와 ‘이익금배당통지서’에 따르면 당시 주식의 액면가는 4엔60전이었으며 주주들에게는 수시로 20∼30전의 이익금이 배당됐다.

이종학(李鍾學)독도박물관장은 94년 일본의 한 고서점에서 이 명부를 구입해 이날 본보에 공개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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