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우선 눈길을 끈다. 왜 ‘오늘은 다르게’인가?
80, 90년대 수배와 영어(囹圄)의 시련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 사유 방식이 변화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 사회주의혁명의 최후를 보았고, 노동해방의 순결함 속에 감춰진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변화의 시대, 정말 변해서는 안될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역설이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엔 박노해의 고뇌가 잘 담겨있다. 91년 무기징역 선고와 분노에 찬 최후진술, 고독한 수감 생활과 단식 투쟁, 어머니의 눈물,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동구사회주의 몰락 소식….
그 파란을 지켜보며 도달한 결론. ‘내 마지막 남은 애착과 자존심까지 벗어야 한다. 나를 해체하고 나라는 정체성을 깨뜨리고 내가 내 안에서 적극적으로 빠져 나와야 한다’. 이 변화는 혹독한 시련과 자기성찰 끝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구체적이지 않다. 현실 속에서 체화되지 못한 감이 있다. 감옥 밖의 세상이 아직도 낯설기 때문은 아닐까. 박노해는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라고 노래하지만, 이것은 역으로 어딘가에 갈 길은 있지만 아직 그 길을 찾지 못했다는 게 아닐까.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는 음미할 만하다.“ 살아 남았다는 것. 그것이 나의 희망입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