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이번 한가위엔 우리 아이에 책 선물을…

  • 입력 1999년 9월 17일 18시 15분


《고향땅 밟으랴 명절제사 모시랴 어른들에겐 짧기만 한 추석연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길고 긴 ‘노는 날’이다. 하루종일 텔레비전 앞에만 앉아있게 해야할까? 명절 용돈 대신 책 한권을 선물하자. 책 고르는 기준은 ‘우리 아이에게 지금 어떤 얘기가 필요할까?’》

▨잠투정이 심한 아이에게→‘잠자기 싫어요’(문학동네)

엄마가 저녁세수까지 시켜 줬는데도 잠자기 싫다고 떼쓰는 아기호랑이. 화가 난 엄마호랑이가 소리쳤다. “그럼 밤새도록 자지 마!”

아기호랑이는 신이 나서 숲속으로 뛰어갔지만 같이 놀아줄 친구가 없다. 사자도 하마도 코끼리도 원숭이도 모두 잠잘 시간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결국 낮에만 잠자는 여우원숭이가 아기호랑이를 집으로 데려다주기로 했다. 자기 싫다고 칭얼대며 원숭이를 따라오던 아기호랑이가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다. 3∼5세용 그림책.

▨덜렁대고 부산한 아이에게→‘말썽꾸러기를 위한 바른생활 그림책’(보림)

하루종일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개구쟁이. 엄마도 아빠도 지치고 짜증난다. “하지마”라고 소리지르고 싶을 때 이 책을 펼쳐들고 익살스런 그림을 한장 한장 아이와 함께 넘겨보자.

장난꾸러기가 화장지를 모두 풀어 변기에 꾸역꾸역 넣는다. 장난감을 여기저기 늘어놓아 식구들이 계단에서 미끄러진다.

“이거 너 닮았네”“이것도…”하다보면 아이도 웃다가 머쓱해지지 않을까. 0∼6세용 그림책.

▨수줍음이 많은 아이에게→‘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비룡소)

목요일만 되면 에르반은 배가 아프다. 왜냐고? 선생님이 칠판 앞으로 불러내 구구단을 외우게 할까봐. 그런데 소심한 에르반이 제발로 저벅저벅 걸어나가 큰 목소리로 구구단을 외우는 기적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담임선생님 대신 수업을 맡은 비숑선생님이 너무 수줍어하셔서 에르반이 용감하게 도와드렸던 것.

‘나는 기분이 아주 으쓱해졌다. 자기 혼자만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면 완전히 달라지는 법이다!’ 초등학교 1,2학년용.

▨동생을 귀찮아 하는 아이에게→‘순이와 어린 동생’(한림출판사)

옆에 붙어서 뭐든지 따라하려는 동생은 귀찮다. 하지만 동생이 없어진다면….

엄마가 은행갔다 오는 동안 잘 돌보라고 한 동생 영이. 언니 순이가 집 앞에서 기차놀이 그림을 그리는 사이에 없어졌다. 그때 갑자기 큰 길쪽에서 들려오는 자전거 급정거소리. ‘어떻게 하지! 영이면 어떻게 하지!’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에게→‘공룡의 여름방학’(웅진출판)

책만 보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 아이. 책 읽기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유쾌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

한 문장 안에서도 중요 단어마다 그림이 제시되는 이 책은 책읽기에 지구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것.

▨수학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아이에게→‘세상밖으로 날아간 수학’(맑은소리)

십진법을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이 누구였을까? 공주님하고 사랑에 빠졌다는 죄로 추방당한 수학 잘하는 티베트 승려.

수학 수준은 쉽지 않지만 아라비안나이트같은 구성이라 읽는 재미가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중학교 저학년생용.

▨왕따문제를 생각하며→‘모르는 척’(길벗어린이)

무대는 초등학교 6학년의 한 반. 순한 도짱은 야라가세 패거리의 놀림거리다. 그러나 반 친구들은 자신이 왕따가 되지 않은 것만을 다행으로 여기며 도짱의 고통을 외면한다. 부모들도 “너만 괜찮으면 됐지”라며 문제를 피해간다.

왕따 당한 아이도, 폭력을 휘두른 아이도, 침묵한 아이도 모두 상처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흑백의 그림을 통해 아프게 지적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용. 부모도 함께 읽어야 할 책.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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