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 100년]민족애환史 싣고 새천년으로…

《18일로 한국 철도가 운행한지 100년이 됐다. 100살이 된 철도의 굴절많았던 역사를 살펴본다. 》

한국 철도가 1899년 9월 18일 경인선 노량진∼제물포간 33.2㎞를 달린지 18일로 100년이 됐다. 일본제국주의의 대륙침략 수단으로 부설된 한국철도는 이젠 반나절 생활권의 국가동맥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됐다.

‘화륜거(火輪車) 구르는 소리는 우뢰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거의 굴뚝 연기는 반공에 솟아오르더라.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닿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당시 독립신문은 경인선 개통을 이렇게 국민에게 알렸다. 그때 경인선은 증기기관차 4대와 객차 6대 화차 28대가 시속 20㎞정도로 달렸다.

1905년 경부선이 개통됐고 △1906년 경의선 △1914년 호남선과 경원선 △1929년 충북선 △1931년 장항선 △1936년 전라선 △1939년 경춘선 △1942년 중앙선 등이 잇따라 개통됐다.

현재 총 선로는 창설 당시의 200배에 이르는 6682㎞로 늘어났고 여객열차는 하루 628회, 화물열차는 425회가 전국 노선을 누빈다. 여객 28%와 화물 19%을 실어나르고 있다.

열차 속도도 창설 당시 최고시속 60㎞에서 현재 150㎞(새마을호)로 2배이상 빨라졌다. 경부선 개통 당시 서대문∼초량(부산)은 30시간 걸렸지만 57년에는 서울∼부산이 8시간40분으로 단축됐다가 현재는 4시간10분으로 더 짧아졌다.

열차의 이름도 변천을 거듭했다. 국내 최초의 경인선 열차는 큰차라는 의미의 ‘모갈1호’로 불렸다. 1908년 부산∼신의주를 달린 열차는 순종황제의 연호를 따 ‘융희(隆熙)호’로 명명됐는데 33년 ‘히까리(光)’로 ‘창씨개명’되는 수모를 당한다.

해방 이듬해인 46년 우리 기술로 제작한 경부선 특급열차는 ‘조선해방자호’라는 이름을 받았다. 경부선 특급열차 이름은 한국전쟁이 끝난 55년에는 통일호로, 고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이 주도한 경제개발 초기인 62년에는 재건호로 바뀌었다.

74년엔 열차이름이 노선별로 새마을 통일 풍년 증산 협동 부흥 화랑 등으로 바뀌었고 77년에는 새마을과 무궁화(우등) 통일(특급) 비둘기(보통) 등 등급별 이름이 붙었다.

도로교통의 발달에 따라 철도는 한동안 침체에 빠졌으나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경부고속철도 1단계가 개통하는 2004년 4월에는 서울∼부산을 2시간40분만에 달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며 ‘철도 르네상스’를 다시 맛볼 것으로 보인다.

〈이 진기자〉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