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건축가 서현씨는 단적으로 말한다. "우리나라가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그리고 또 말한다. 우리사회가 얼마나 일그러져 있고 우리 거리는 또 얼마나 추하고 비열한 이전투구의 현장이라고. 거리는 우리 사회의 얼굴이자 거울이라고. 그래서 거리는 시간 속에 만들어진 물리적 환경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그 주체의 삶과 가치관을 여과없이 보여준다고.
그는 건물 도로 공원 광장과 같은 요소를 통해 도시를 해석한다. 결론은 '우리 도시에 있어서 21세기는 가장 참담한 세기'.그리고나서 시민들에게 분노를 촉구하고 있다. 이 거리를 만든게 바로 우리라고, 또 바꿔나가야 할 사람도 우리라고. 저자는 건강한 우리 도시와 거리의 모습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문장이 너무 탄탄하여 여느 문필가의 수준을 뺨친다. 긴장미와 간결미를 동시에 아우르며, 역사에 대한 시각에도 닫힌 눈을 뜨게 한다.
'아름다운 거리'를 강조하는 젊은 건축가의 절규(?)는, 이 도시가 사랑과 희망을 묻을 다음 세대의 몫이라는 것 때문이다. 비단 거리뿐만 아니라, 문화를 보다 넓고 크고 깊게 생각할 때만이 모름지기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진실은 단 하나, "아는 만큼 보인다"이다.
이 책은 99년 상반기에 동아일보에 연재된 것을 기초로 새로 엮은 것이다. 연재에 빠졌던 이야기와 사진이 전면 보완되어 거리에 대한 독자의 이해가 더 쉬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