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의 일본패션 엿보기]청소년들 中古패션 선풍

  • 입력 1999년 9월 19일 18시 40분


일본은 20여년 전부터 ‘이지메(집단 따돌림)’현상에 시달려 왔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극성인 일종의 ‘유행병’. 최근엔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교사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수업붕괴’사태까지 빚어진다. 선생님을 향한 ‘왕따’다.

일본 국민성에는 강한 집단의식이 있다. 이 집단의식이 좋은 방향으로 나타난 것이 그들의 단결성이고 나쁜 쪽으로 표출된 것이 이지메라 할 수 있다.

남들보다 너무 튀어도 왕따 당하고, 남들이 다하는 유행을 따라하지 않아도 따돌림 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패션이 각광받았다. ‘중고(中古)패션’이다. 똑같이 허름한 옷을 입음으로써, 튀지도 않고 유행에도 뒤지지 않는 방어용 패션이다.

이같은 낡은 옷 입기는 90년대 초 물건을 재활용하자는 ‘리사이클 운동’과 함께 출발했다. “헌 진바지를 모으는 것이 취미”라는 ‘SMAP’ 등 뮤직그룹들이 일으킨 중고패션 붐과, 츠모리 치사토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낡은 옷 같은 느낌을 주는 제품의 등장에 힘입어 스트리트 패션으로 자랐다.

왕따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입게 된 ‘중고 패션’이 오히려 눈에 띄는 개성파 스타일로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중고 패션’은 들어왔다. 학교 가정통신에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옷을 입혀 등교시키지 말라는 지침이 있다고 한다. 좋은 옷을 입어 빚어지는 왕따를 막아보자는 얘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고 패션’이 왕따를 물리치는 효과를 낼 것인가.

김유리(패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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