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해다른 국제석학 강연]'국가'는 불필요한 존재인가

  • 입력 1999년 9월 20일 18시 43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세계화에 대한 담론이 무성한 가운데 학계가 대립적인 입장을 지닌 석학 두 사람을 한국으로 초청, 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도적 자유주의자인 독일 튀빙겐대 오트프리트 회페교수(철학)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인 영국 요크대 앨릭스 캘리니코스교수(정치학).

고려대 철학연구소(소장 이초식교수)의 초청으로 방한한 회페교수는 하버마스 이후 독일 정치철학계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는 인물.

그의 이론은 세계화의 이데올로기 속에 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의 주권’ 자체를 인정하고 있는 점이 특징.

회페교수는 시장이 사회전체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정치적 자유주의의 입장에서 칸트의 세계시민론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다.

칸트의 세계시민론은 ‘인권을 지닌 개인은 세계시민의 일원이자 민족국가의 구성원이며 문화적으로 비교적 동질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 본다. 이에 바탕을 둔 회페교수는 ‘국가의 자율적인 주권은 인권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보호 신장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그는 개인의 인권과 국가의 주권을 모두 인정하되 주권이 인권을 침해할 경우 공인된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사회가 인권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소(소장 정성진교수)의 초청으로 내한 강연을 가진 뒤 20일 돌아간 캘리니코스교수는 ‘세계화’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철저한 국가 개입을 주장한다.

그는 ‘투자를 사회가 관리해야 한다’는 케인즈의 국가개입주의에 찬성하면서도 이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진행돼 있는 상황에서 케인즈식의 국가 개입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소련 구동유럽 중국 북한 등에 대해서는 그동안 마르크스주의를 왜곡해 왔다고 비판한다.

‘연방적 세계공화국’을 제안하는 회페는 ‘철저한 국가개입주의’를 내세우는 캘리니코스와 대립한다. 그러난 회페는 국가소멸론까지 주장하는 하버마스와 달리 국가의 합리적 강제력을 ‘법도덕’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중도’에 가깝다.

캘리니코스 교수는 경상대 부산대 창작과비평사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강연했으며 회페교수는 서울대와 고려대 강연에 이어 21일 오전10시 반자유총연맹, 오후2시 고려대에서 강연한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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