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베를리오즈 「파우스트」

  • 입력 1999년 9월 29일 18시 40분


‘환상교향곡’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베를리오즈는 여전히 우리에게 친근하지 않은 존재다. 그의 독특한 선율전개 방식이나 관현악법은 후세 작곡가들에게는 외딴 섬 같은 존재였다.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초연된 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정밀한 관현악과 특색있는 연출에 힘입어 베를리오즈의 세계를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도록 했다.

장 이브 오송스의 지휘는 1부에서 적절한 액센트가 주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주었으나 2부 이후 정련된 앙상블과 요령있는 음량배분을 이끌어냈다.뱀이 달리는 자취처럼 쉴새없이 움직이는 현과 목관의 독특한 색상이 투명하게 표현됐다. 금관과 타악기등 음량이 큰 악기가 모두 오른쪽에 배치된 점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대형무대 경험이 처음인 파우스트역 테너 이중운은 개성있는 음색과 무리없는 연기를 갖췄지만 메피스토역 김동섭의 기(氣)에 밀리는 듯 했다. 김동섭은 후반부에서 모든 음역을 아우르는 강건한 표현과 자신감이 느껴지는 연기로 객석을 압도했다.

마르가리트역 김현주는 광택이 느껴지는음성과시종힘을 잃지 않는 표현력으로깊은인상을남겼다.

무대 평면이 솟구치면서 나타나는 4부 지옥장면의 무대 효과, 합창단과 무용단이 고통의 몸짓으로 표현해낸 악마적 세계의 묘사는 이날의 절정이었다.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임에도 19세기와 20세기를 혼용한듯한 의상을 사용한 점은 다소 의외였다. 파우스트의 도전이 시대를 넘어서는 통시적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일까.

‘파우스트’공연은 10월 3 6일 7시반, 10일 4시에도 열린다. 02―580―1234(예술의전당)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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