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주유소 습격사건」 건달들 하룻밤 반란

  • 입력 1999년 9월 30일 19시 42분


주유소에서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습격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깡패수업’의 김상진 감독은 치밀한 구성과 다양한 캐릭터를 앞세워 한차원 성숙된 작품을 보여준다.

영화는 정교하게 짜여진 한 편의 연극을 연상시킨다. 주유소라는 한정된 공간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장치이자 현실세계와는 다른 질서를 가능하게 하는 환상의 공간. 현실 속에서는 주유소 사장과 직원,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폭력배의 위계질서는 움직일 수 없는 것. 그러나 습격자들의 힘이 지배하는 이 공간에서는 직원이 사장을, 굽실거리던 똘마니가 왕초를 거꾸로 윽박지르기도 한다.

주인공은 노마크(이성재 분) 무대포(유오성) 딴따라(강성진) 뻬인트(유지태)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4명의 습격자. 그러나 30여명에 이르는 다른 조역들도 자신만의 사연과 목소리를 낸다.

주연과 조연 모두가 감독이 의도하는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파트너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특징. 조역들이 스타를 빛내기 위해 철저하게 봉사하는 기존 작품들과는 다르다.

그러나 오락성과 볼거리는 넘치는 반면 주제는 다소 모호하다.

김감독은 중간중간 주인공들의 개인사를 넣어 주인공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이유없이 당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부담스럽다. 마지막 타이틀이 올라가면서 후일담 형식으로 4명의 습격자가 새 인간으로 살아가는 장면을 소개한 것도 어정쩡한 타협으로 비쳐진다.

자칫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코믹 통쾌극’이 아니라 ‘불쾌극’으로 남을 수도 있다. 18세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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