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담론]복제양 돌리 "???!!!…"

  • 입력 1999년 10월 4일 18시 38분


96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은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의 복제를 통한 포유동물의 생산이라는 점에서 인간복제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지난 2월에는 인간복제보다 어렵다는 소의 복제도 국내에서 성공했다. 인간복제는 이제 과학의 차원을 벗어나 윤리의 문제가 되고 있다.

▼'생식' 의미 잃은 섹스

▽인간생산공장〓유난히도 자주 울어댄다는 돌리는 잘 자라고 있다. 6세짜리 어미양의 체세포를 이용한 까닭에 노화속도가 빠르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실험과정에서 처참하게 죽어갔던 수많은 ‘형제’를 생각한다면 조금 빨리 늙어간다는 것 정도는 불평거리도 될 수 없다.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오른 돌리는 두번째 생애를 사는 자연계의 선배답게 카메라 세례에도 동요하지 않고 방문객을 맞으며 말한다.

“???!!!…”

일본 도쿄의 준텐도병원에서는 세계최초의 인공자궁에서 아기염소가 자라고 있다. 인간은 신을 대신하여 만물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생산공장이 가동되면 생식의 의미를 잃은 남녀간의 섹스는 쾌락의 도구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박사는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확신하면서도 “인간복제가 비윤리적 불법적이며 무의미하기 때문에 그 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유전자복제회사들은 성황리에 인간복제 신청을 받고 있다.

▼'진화 조작' 시대 예견

▽진화에 개입한다〓인간의 유전자구조를 밝힌다는 인간게놈프로젝트는 2003년이면 완성될 전망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은 새로운 진화의 단계를 의미한다.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미국의 경제전문가 제레미 리프킨은 ‘진화 조작’의 시대를 예견한다. 더 이상 진화전망이 보이지 않는 인간이 능동적으로 진화의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진화에 개입하려 했던 역사는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톤은 자손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우생학적으로 생식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생학적 사고방식은 20세기 초 미국과 유럽을 휩쓸었고 장애자나 정신질환자 범죄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생식능력을 합법적으로 제거당했다.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은 그 비극의 일부일 뿐이다.

▼윤리-기술독점 문제 대두

▽인간은 ‘유전자 정보’인가〓유전자가 담고 있는 것은 정보다. 그 정보들은 외부로부터 물질을 공급받으며 생명의 형체를 갖게 된다.

언젠가는 그 정보들을 번잡스런 단백질 덩어리가 아닌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 로봇공학연구소의 한스 모라벡이 꿈꾸듯이 인간의 유전자나 뇌의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시킨다면 인간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영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유전자정보 뿐 아니라 사회화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인간이 조작하는 진화는 인간의 사회적 조건에 의해 이루어진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분자생물학자인 리 실버교수는 2350년 경이면 양질의 유전자를 보강한 계층과 돈이 없어 체내 수정으로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는 자연인의 두 계층으로 나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윤리적 책임감이 상상력의 실현을 이겨 본 적은 거의 없다. 그것은 문명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불치의 질병과 불임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더 없는 희망이 될 유전공학기술은 인간이 이제까지 발달시켜 온 어떤 기술보다도 자연을 변형시키는 능력이 월등하다. 이미 핵무기가 정치가와 자본가의 손에 넘어가 있듯이 유전공학기술도 곧 그들의 손으로 간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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