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연극 '철안붓다' 개막…유인촌 방은진등 출연

  • 입력 1999년 10월 6일 18시 43분


99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작 ‘철안붓다’(8∼24일)의 공연 장소를 찾아가는 길은 무척 힘들었다. 성수대교 북단 다리입구 옆 오솔길로 걸어가니 자갈과 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공사장이 나타났다. 현대건설의 성수대교 확장공사 현장.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모래더미를 한 바퀴 돌아가니 뜻밖의 장소에 아늑한 무대가 나타난다.

H빔과 지하철 복공판을 이용해 만든 무대, 오렌지빛 찬연한 성수대교의 야경…. 황량한 폐허의 느낌에 도시의 야경과 풀벌레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색다른 공간이었다.

극단 ‘유’의 대표이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유시어터’라는 극장을 갖고 있는 유인촌. 그는 왜 번듯한 극장을 놔두고 굳이 이 곳까지 찾아와 연극을 하겠다고 했을까?

“미쳤다는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인류 문명이 붕괴된 미래사회를 그린 SF연극입니다. 연극적 상상력을 이끌어내는데는 여기만한 공간이 없다고 판단했죠.”

‘철안붓다’는 핵전쟁과 생명복제로 점차 멸망해가는 인류의 미래를 그린 연극. 서기 2450년.

세상에는 몇 남지 않은 순수 인간과 유전자 복제인간 ‘철안족’,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가 결합된 ‘야차족’ 등이 약육강식으로 살아간다.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인간과 철안족은 ‘전생수’라는 신종기계를 놓고 싸움을 벌이는데…. 권성덕 유인촌 정규수 방은진 홍경인 등이 출연해 고대 인도의 전통무예 등 생동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연출자 조광화는 “처음엔 삼풍백화점 부지에서 할까도 생각했으나 서울시의 허가가 나지 않아 이곳으로 정했다”면서 “인간의 욕심에 의해 문명이 파괴된 현장에서 생명과 신화에 관한 깊은 대화를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8월에는 극단 무천의 ‘햄릿 프로젝트’가 경기 안성군 죽산의 야외무대에서 4000여명의 관객을 끌어들인 적이 있다. 과연 ‘철안붓다’의 이번 실험도 성공할 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극단측은 2호선 뚝섬역(1번출구)에서 셔틀버스를 공연시작 1시간반 전부터 10분간격으로 운행할 계획. 7시. 1만2000∼5만원. 02―3444―065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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