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몸 이야기/남성]신비 가득한 '생명의 뿌리'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9시 36분


성기는 늘 숨겨야했다. 공개적으로 성기를 내보이는 것은 일종의 범죄행위. 수단의 누바족은 성기를 드러내고 다니지만 못생긴 남성은 가리개를 걸쳐야만 한다.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인류는 직립보행하면서 짝에게 수시로 성기의 신호를 내보일 수 밖에 없었다”며 이 때문에 가리개를 걸치게 됐다고 설명한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가리개 안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면….

▼음경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교수는 음경을 “성교 때 정액을 질내에 주입하는 주사기”로 표현한다.

사람 성기의 길이는 발기때 평균 12.7㎝. 고릴라 3.2㎝, 오랑우탄 3.8㎝, 침팬지 7.6㎝보다 훨씬 크고 동물 중 키를 대비해봐도 가장 크다. 흑인 백인 황인종의 순으로 크며 한국인은 평균 11.2㎝. 키가 작은 종족으로 유명한 피그미족의 성기는 평소 10㎝ 이상이어서 덩치와 성기 크기는 비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인류학자들은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성기가 커졌다고 설명해왔지만 최근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은 음경보다 남성의 목소리 다리 어깨 등에 더 흥분한다”며 반박. 미국의 여성주간지 ‘비바’는 한때 남성의 누드사진을 실었으나 독자조사 결과 여성은 거의 반응이 없고 남성이 많이 보는 것으로 드러나자 게재를 중단했다.

한편 ‘정자전쟁’의 저자 로빈 베이커는 “초기인류의 암컷은 성기 안에 여러 수컷의 정자를 지녔기 때문에 어떤 정자들은 수정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수컷의 정자를 공격하는 역할을 맡았다”면서 “이런 환경에선 음경이 길어야 자궁경부 가까이에서 ‘수정싸움’에서 이기기 쉬웠다”고 주장.

▼고환

고환의 그리스어 어원은 ‘남성의 증거’라는 뜻. 정자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만든다. 고환을 없애면 여성적으로 변한다.

기독교 교회에선 1878년까지 남성 가수를 거세해 소프라노음을 내도록 만들었다. 이를 ‘카스트라토’라고 부르는데 카스트라토는 교황이 될 수 없으므로 새 교황은 특수의자에 앉아 자신의 고환을 추기경들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추기경들은 라틴어로 “성하(聖下)께선 고환이 있으며 훌륭하게 달려있습니다”라고 소리맞춰 외쳤다.

고환이 없어도 성생활은 가능하다. 발기는 고환과 관계없이 일어나기 때문. 즉 시각 청각 촉각의 자극에 따라 ‘제1성기’인 뇌의 변연계가 흥분하면 발기한다. 고환의 무게는 평균 42.5g. 고릴라의 고환보다는 약간 무겁지만 침팬지의 반에 못미친다. 영국 인류학자들은 영장류 33종의 고환 무게를 분석한 결과 빈번하게 교미할수록 더 무겁다는 것을 알아냈다.

고환은 원래 뱃속에 있다가 출생 2개월을 앞두고 서혜관(鼠蹊管)을 타고 음낭으로 내려온다. 이동에 탈이 생기면 음낭이 빈 ‘정류고환’이 되고 이 중 한쪽만 내려오면 ‘짝불알’. 정류고환은 신생아의 3%, 한돌 아기의 1%가 해당. 만2세가 되면 고환조직이 변하므로 늦어도 이때까지는 수술해주는 것이 좋다.

고환은 두 ‘알’이 비대칭이다. 즉 85%가 왼쪽이 더 늘어져 있는데 이는 충돌 때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은 고환이 ‘위험하게’ 밖으로 노출된 것은 정자를 차게 보관하기 위해서라고 결론지었다. 음낭에는 달림줄이 있어 찬물에 담그면 줄어들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면 늘어난다. 또 열을 빨리 발산하기 위해서 주름이 나있다. 고환은 도망치거나 싸움하거나 간음할 때 몸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줄어드는데 이는 일종의 ‘자기보호 메커니즘’.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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