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센터에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아이의 가방 속에서 본드 튜브와 부탄가스통이 나왔다”면서 “이것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 것이냐”고 물었다.
청소년 100명 중 2명 정도가 환각 목적으로 흡입제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하는 것은 아편보다 더 나쁘다’ 또는 ‘도박은 마약이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마약은 이처럼 가까이 해서는 안될 정도로 아주 나쁜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사실 이런 일반적인 인식이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마약 문제를 덜 발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약에 대한 막연한 고정관념이 오히려 마약류 문제를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매년 상담 교육 홍보 등 각종 예방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마약류 퇴치에 필요한 약물 정보에 무지해 문제를 악화시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자녀 중 한 아이가 중독성 물질을 남용하기 시작했다고 하자. 처음에는 알지 못하다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가족들이 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부모는 ‘하지마’라는 말만 할 뿐이다. 그러다 자녀의 상태가 악화되면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쉬쉬하면서 가족 안에서 해결하려고 든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남용자가 중독자로 바뀌어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로 치닫기도 한다. 결국 이렇게 악화된 뒤에야 가족들은 중독자를 무료로 어디 감금할 수 있는 곳을 알선해 달라고 허둥지둥 도움을 요청한다.
청소년 마약문제는 대부분 환각물질 흡입이다. 주위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본드와 부탄가스가 청소년들이 환각목적으로 가장 많이 남용하는 물질이다. 그 폐해도 엄청나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물질을 마약과 관계없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부모가 많다.
마약은 아편과 히로뽕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흡입제도 분명 마약류이고, 쇠똥이나 말똥도 환각 목적으로 흡입하면 마약이다. 바로 환각 목적으로 흡입될 수 있는 모든 물질을 총체적으로 마약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이제 ‘마약’의 추상성에서 벗어나 모든 남용물질이 ‘마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마약접근을 막고 마약 사용자를 쉽게 파악해 교육, 치료재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강창덕<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