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펜대신 붓으로 인해 생긴 혹이었다. 유달리 커서 튀어나와 보였다. 하루에 붓을 잡고 있는 시간이 그만큼 길었음을 보여준다.
화가 안병석은 극사실주의 화풍을 보인다.
80년대 후반 들판에 이는 바람결을 그린 그림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그가 11년만에 개인전을 갖는다.
그의 작품들은 보리밭같기도 하고, 풀밭같기도 하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풀들의 모습이다.
특정대상을 보고 그린 것은 아니다.
자신이 생각한 풀밭의 이미지를 옮긴 것이다.
그의 작품은 가로 세로가 2m 1m가 넘는 대형 작품이 많다.
큰 화면에 정교한 필법으로 그리느라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바탕에 30번 가까이 색을 덧칠했다. 한번 유화물감을 칠한 뒤 마를 때를 기다려 다시 덧칠했다.
깊은 색감을 내기위해 이처럼 바탕색을 칠하는데만 작품 당 평균 2년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그 위에 뾰족한 철필로 수천번의 선을 그으며 풀밭모양을 완성했다. 한 때 오른쪽 팔이 빠질 정도의 엄청난 노동량이었다.
“도시문명, 기계문명만을 중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인간은 앞으로 자연에 대한 사랑, 친환경적인 태도를 동반해야합니다. 이같은 느낌을 제 작품에 담았습니다.”
20일부터 11월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 02―734―6111.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