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교육 꿈꾸며 홈스쿨링 "내 아이는 내가"

  • 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02분


인천 연수구 연수동 엄혜수씨(35)는 딸 서린이(9·초등학교 3학년)때문에 고민이다. 서린이는 일주일에 서너권의 영어책을 읽을 만큼 영어를 좋아하지만 수학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수업시간에 딴청을 한다. 또 쓰기에는 재미도, 의미도 없다며 도무지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얼마전 고졸검정고시 합격자발표에서 최연소 합격자 오승현(12)이 홈스쿨링으로 교육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엄씨는 학교를 찾아갔다. 서린이를 자퇴시키고 홈스쿨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전례가 없다”며 자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사는 김광선(38·출판사 운영) 김선영씨(38)부부는 아들 정훈이(11)에게 3월부터 홈스쿨링을 시키고 있다.

정훈이는 아버지가 미국 유학하던 시절 태어나 유치원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그러나 귀국한 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초등학교를 세군데나 옮겨야 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형은 세가지라고 봅니다. 너무 머리가 좋거나,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수업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지요. 정훈이는 친구들이 이유없이 툭툭 건드리고 다니는 것을 참지 못했습니다. 사회성에 약간 문제가 있었다고 할까요.”(아버지)

정훈이는 집에서 부모가 만든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하고 있는데 자유롭게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즐겁기만 하다고 말하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홈스쿨링이 최근 획일화한 제도권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다원화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대안교육으로 시도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홈스쿨링 단체인 가정학교모임(02―322―1603)은 발족 8개월째인 현재 100여 회원을 확보했다. 교육관계자들은 전국 200여 가구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안학교운동을 하고 있는 현병호씨(민들레출판사 대표)는 “학교교육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아이의 행복을 해친다고 느낄 경우 부모가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k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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