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총각-처녀 결혼식 "부모님께 못알려 죄송해요"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태어나 살던 고향을 떠나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던 한국땅을 밟은 탈북자 조성문(25) 김영희씨(28·이상 가명)가 21일 경기 안성에 위치한 탈북자 정착지원시설 ‘하나원’에서 전통혼례식을 갖고 백년가약을 맺었다. 신랑 조씨는 “북한의 부모님에게 결혼소식을 알리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부모님을 만나는 날까지 남한사회에서 살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함경북도 출신인 두사람의 사랑은 7월8일 개원한 하나원 1기생으로 사회적응 교육을 받기 위해 입원하던 날 버스 옆자리에 나란히 앉으면서부터 싹이 텄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속에서 지내는 외로움이 두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준 것.

먼저 용기를 낸 쪽은 신랑 조씨였다. 하나원 교육과정인 컴퓨터와 운전필기시험 공부를 하는 동안 개별지도를 자청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면서 김씨에게 청혼했고 김씨도 듬직한 조씨의 청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일가친척 한사람 없이 혈혈단신인 두사람의 일일부모로는 강성모(姜聖模)북한이탈주민후원회장(신랑측)과 이석동 민주평통 안성시회장(신부측) 내외가 각각 맡았다. 이날 결혼식에는 하나원 퇴소생과 교육생 후원단체 등 200여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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