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희정(38)은 목덜미 이하를 쓰지 못한다. 84년 집난간에서 떨어져 중추신경이 마비됐기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몸이 불편해진뒤 오히려 어려서부터 하고 싶었던 미술을 하게됐다. 그는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 한국화를 그리던 그는 7년전 정신세계를 넓히기 위해 명상의 나라 인도를 찾아갔다.
그 곳에서 델리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그가 7년만에 고국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11월3일부터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헌동 백상기념관. 그는 예전과 달리 서양화를 선보인다.
“유화는 물감을 개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냄새가 강해서 쉽게 다룰 수 없었습니다.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저는 물감을 코앞에 두고 작업하기 때문에 냄새가 강하면 힘겨움을 느끼곤 했는데 인도에서 오랫동안 연습한 결과 견딜 수 있게 됐습니다.”
유화는 보다 강렬한 색을 낼 수 있고 두터운 화면 효과를 낼 수 있어 새로운 화면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주로 제가 상상하는 내용을 다루게 되더군요. 어릴적의 정겨웠던 기억 등 개인적인 경험을 다뤘습니다.”
몸은 불편하지만 정신은 늘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마음속으로 자유롭게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뜻을 담아 ‘시간여행’이라는 제목을 작품에 달았다. 02―724―2243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