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건축의 독보적 장인 신영훈씨(전 문화재전문위원)가 주부를 대상으로 처음 마련한 강좌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달 중순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초조형예술원에서 진행하는 ‘한옥에의 초대’. 이 강좌를 주관하는 문화교류원 징검다리(02―540―5600)의 장명희원장은 “신청자가 넘쳐나 정원 60명을 채우고 또다른 60여명이 대기상태”라고 말했다.
▼생태친화적 주거공간
한옥 강좌는 집을 짓는데는 안주인의 역할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한옥의 참 멋을 알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신씨는 “지나치게 넓은 아파트는 쓸데없이 사람의 기가 낭비되는 등 한국인의 몸에 맞지 않는다”며 한옥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한옥이야말로 목재와 흙으로 만들어진, 집과 사람의 조화를 추구한 생태친화적 주거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강의는 구체적이면서 반복적이다. 한옥의 특성이나 아파트적용방법을 강의하는가 하면 대목(규모가 큰 건축일을 하는 목수)을 초빙해 집짓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현장답사나 현장강의도 이어진다.
최근 흥선대원군의 저택인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에서 열린 현장강의.
▼원리 설명 '끄덕끄덕'
“문을 보면 직각삼각형의 비율로 돼 있습니다. 우리 몸의 비례와 같기 때문에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느끼죠. 창호지를 보세요. 아주 추운 날 유리창에 손을 대면 손끝이 쩔꺽 달라붙을 만큼 성큼 냉기가 전달되지만 한지는 질박하고 덕성스러워서 그런 추위가 전해지지 않아요. 아파트에서도 유리창에 창호지 문을 하나 더 달면….”
그는 주부들에게 “바닥에서 창까지의 높이는 앉았을 때 겨드랑이까지 오기 때문에 방에서 밖을 내다보는 집주인의 눈높이에 맞춘 증거”라고 진지하게 말하다가 “자로 재면 한자 여섯치, 바로 두사람이 몸을 포갰을 때의 꼭 그 높이입니다. 바깥양반과 안주인이 미처 창을 닫지 않고 일을 벌여도 마당에 있는 마당쇠는 전혀 알 수가 없지요”라고 농을 던져 폭소를 자아냈다.
5년전 경기 이천시 호법면에 양옥으로 집을 지었다는 수강생 오세영씨(43)는 “진작 강의를 들었더라면 자연친화적인 한옥으로 지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연혜완씨(45·송파구 방이동)는 “그동안 한옥에 대한 강의는 없었는데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