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 불어닥친 도감청(盜監聽)의혹의 파장이 일반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사설 보안업체들에 도청탐지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종전에는 사내기밀의 외부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대기업이 ‘주고객’이었던 반면 지금은 중소벤처기업은 물론 일부 부유층 정치인 변호사 등 개인들도 ‘도감청 불안’을 호소하며 탐색의뢰가 줄을 잇는 실정.
서울 강북에 있는 도청장치 탐색제거업체인 A사는 얼마전 강남지역에 사는 한 유명정치인의 의뢰로 자택을 방문, 탐지작업을 벌였다.
업체관계자는 “당시 의뢰인 가족들은 식사중에도 대화를 삼갈 정도로 도감청 불안에 떨고 있었다”며 “이밖에 일부 부유층이나 연예인들로부터도 의뢰가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도청방지 전문업체 B사는 이달 중순경 경기지역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의 의뢰로 탐지작업을 나갔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몇달째 계속된 ‘괴전화’와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려 온 의뢰인은 가스총에 방탄복까지 갖춰놓고 있었던 것.
업체관계자는 “의뢰인이 개인일 경우 실제 도청기가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도감청 불안’이 확산되면서 상담과 의뢰가 2배 이상 급증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IMF사태 이후 창업 붐이 일었던 벤처기업들을 상대로 한 ‘산업스파이’들의 도청은 분명히 급증했다는 게 업체들의 중론.
최근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서울 강남의 한 벤처기업에 탐지작업을 나갔던 L사는 전화수화기 안에 설치된 초소형 도청기를 발견해 업체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도감청 특수(特需)’를 맞아 해당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A사의 경우 몇달전까지 하루평균 3,4건에 불과하던 의뢰 건수가 이달 들어 10∼20여건을 넘어섰다.
4년전 설립된 이 업체는 현재 7명의 직원이 밤낮없이 현장을 뛰어다니지만 밀려드는 의뢰를 다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 업체는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5억여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경기지역에 있는 B사도 하루 10여건 이상의 의뢰가 쏟아지면서 10여명의 직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간 상태.
한 직원은 “중소 벤처기업들이 개발중인 신기술 신제품 관련정보의 보호차원에서 의뢰를 해오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며 “설립 3년만에 최대호황을 맞아 작년대비 3배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탐색비용은 규모와 장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개 평당 1만3000∼1만5000원선. 현장에는 대개 2,3인이 한조로 출동하며 탐지작업에는 광대역스캐너, 방향탐지용 빔 안테나, 무선신호 디텍터, 비디오카메라 디텍터 등 첨단장비가 동원된다.
대부분이 미국산인 이들 장비의 가격은 1000만∼1억원선. 그러나 유무선 도청장치는 물론 몰래카메라까지 100% 탐지할 수 있고 간편하게 휴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 값’을 충분히 한다는 게 업계의 이구동성이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