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민중 민족이라는 거대 서사가 휩쓸던 80년대를 건강한 민중적 상상력과 유미주의적인 언어로 통과하면서 시대의 고뇌를 빼어나게 형상화한 바 있는 하종오 시인이 어른을 위한 동화 '도요새'를 펴냈다.
최근 펴낸 시집 '님'에서 보여지듯이 90년대 초입에서 공백기를 가졌던 하시인은, 상생의 세계, 다시 말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 현실 속의 지극히 자연스런 존재로서의 '님'과의 합일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그가 마침내 가닿고 싶어하는 저 합일의 세계는 '나'와 '너'가 사라지는 무화의 세계가 아니다. 조화를 이루지만 그렇다고 획일적인 하나가 되지 않는, 화이부동의 상대적 세계를 꿈꾸는 것이다. '도요새'는 그동안 그가 천착해온 화두, 즉 상생과 합일을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놓은 작품이다.
새는 지상을 벗어날 수 있는 날개를 갖고 있지만, 바로 그 날개 때문에 추락할 수 있다. 새는 비록 높이, 멀리, 바르게 날 수 있지만 숙명적으로 땅과 관련되어 있다. 먹이를 하늘에서 구하는 새는 없기 때문이다. 하늘은 새에게 '땅' 혹은 '바다'인 것, 그리하여 작가는 "이 지상에 더 많이 남는" 도요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현실안에서 현실을 뛰어넘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하종오시인은 1954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으며, 7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83년 '신동엽 창작기금'을 받았다.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님'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