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서정과 상상력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는 정호승시인이 어른을 위한 동화 '항아리'를 펴냈다.
순정한 시세계를 펼쳐온 시인 정호승은 존재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를 깊이 생각하기 위하여 이 동화를 썼다고 한다. 이 작업을 통해,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가운데에 나 자신의 존재적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나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의 해답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16편의 짧은 동화를 모은 이 책에는 항아리, 비익조, 인면조, 밀물과 썰물, 선인장, 왕벚나무, 소년, 손거울등 상상속의 동물과 우리를 둘러싼 자연 만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민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내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존재의 가치를 부정하고 배척하려 든다.
98년말 출간된 '연인'에 이어 '항아리'에서도 화가 박항률의 그림이 다시 선보인다. 그가 상상의 동물을 주로 그려온 것을 떠올리면 '항아리'야말로 그의 신비로운 작품세계가 잘 드러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