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악녀'

  • 입력 1999년 10월 29일 18시 29분


▼'악녀'/린다 하트 지음, 강수영·공선희 옮김/인간사랑 388쪽 12만000원▼

《저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영문학과 여성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레즈비언 게이연구 전문가.》

아일린 우어노스. 92년 7명의 백인남성을 연쇄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창녀. 미국연방수사국(FBI)은 그에 대해 “성관계를 미끼로 남성을 유인해 지배욕 때문에 반복해서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우어노스와 여성단체는 “강간한 남자들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맞섰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측이 우어노스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심기 위해 들고 나온 증거가 그가 레즈비언이라는 것.

페미니즘 연구 중 레즈비언 이론의 주요저작으로 꼽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폭력적인 여성에게는 우어노스처럼 거의 언제나 ‘레즈비언’이라는 설명이 따라 붙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문제의 여성들이 휘두른 폭력이 남성을 향한 것이라는 점이 주목해야할 대목.

저자에 따르면 폭력적인 여성이 동성애편향인 것은 아니다. 폭력을 휘두름으로써 남성적 이성애(異性愛) 사회체계에 도전한 여자들에게 남성들이 공포를 갖기 때문에 레즈비언 여성에게 공격성의 혐의를 덮씌운다는 것. 그는 영화 ‘원초적 본능’을 대표적인 동성애 공포적 영화로 꼽는 등 문화상품 속에 그려진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통해 성과 정치적 역학관계를 탐색한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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