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국에서 207편이 출품돼 성황을 이룬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린지도 일주일이 됐다. 영화는 제작자 연기자 관객 모두에게 참으로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장르이다. 누구나 한 두 편의 영화에 매료되어 본 적이 있을 것이며,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가슴속에 뭉클한 감동이 남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해 어떤 감동을 얻었든, 어떤 해석을 내렸든, 이는 물론 관객의 자유다. 하지만 때때로 ‘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한 것이 제작자의 실제 의도와 얼마나 유사할까?’ ‘내가 과연 제작의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곤 한다.
일찍이 앨도프 헉슬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이해하려면, 먼저 시각언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철학 문학 심리학 미학 등 다방면에 걸친 폭넓은 상식이 필요하다.
‘신화로 영화읽기 영화로 인간읽기’에서 저자 김상준은 23개의 영화에 나타나는 심리적 구도와 신화적 패턴을 심리학자 융(Jung)의 이론을 빌어 설명한다. 일부 영화평론가들은 해당국의 문화를 이해해야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특정 문화를 떠나 범세계적인 인간의 보편성을 찾아 영화를 해석한다.
인간의 무의식에 그림자처럼 깔린 신화적 패턴과 영화를 연관지어 설명해 줌으로써, 우리를 자의적 해석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영화를 제대로 ‘읽을 수 있게’해준다.
앞서 출간된 ‘김성곤 교수의 영화 에세이’와 우리말로 번역출간된 진 시노다 볼린의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을 함께 읽는다면, 영화와 신화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한정선(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