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목소리가 무거운 도밍고가 얼마간 모자란 부분을 메워 주긴 했지만 오페라팬들은 알게 모르게 허전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테너 호세 쿠라는 성악팬들이 오래도록 잊어버리고 있던 ‘테노레 드라마티코’(극적 테너)의 신예주자다. 그가 새음반 ‘베리즈모’(에라토 발매)를 내놓았다. 레온카발로 ‘팔리아치’,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같은 대표적 아리아가 실렸다.
‘베리즈모’란 19세기 말 신화나 귀족 이야기에서 벗어나 서민의 삶을 그린 오페라를 뜻하는 말. 쿠라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지휘대에 서서 반주까지 좌우하는 ‘1인 2역’을 보여준다.
‘그의 목소리에는 프랑코 코렐리의 뻣뻣함과 마리오 델모나코의 무례한 표정이 뒤섞여 있다’. 외국 음악지에 실린 소개말이 정곡을 찌른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 그가 가진 격정의 힘을 설명할 수는 없다. ‘팔리아치’의 ‘무대옷을 입어라’에서 ‘너는 사람이 아니다’를 외치는 강건한 목소리에는붉은 핏자욱이묻어나는것같다.
쿠라는 원래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비평가들이 눈살을 찌푸리건 말건, 달콤한 부분은 속삭이듯이 달콤하게, 느린 부분은 한없이 느리게…. 온갖 멋을 부린다. 직접 지휘봉까지 잡았으니 오죽할까. 죠르다노 ‘앙드레아 셰니에’ 중 ‘오월의 아름다운 날처럼’은 세기초의 피아니스트가 쇼팽을 연주하듯 템포를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귓전에 속삭이는 노래를 들려준다. ‘정통’은 아닐지라도 ‘무드’는 그만이다. ★★★★(만점〓별5개)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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