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업들에서 여성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지만 우리 재계에서는 우먼파워가 아직 미미한 실정. 대기업에선 여성CEO를 찾아보기 힘들고 얼마 안되는 여성임원들 역시 오너의 친인척이 대부분. 여성 창업이 늘고 있긴 하지만 요식업 등 서비스업이 주종을 이룬다.
▼마케팅 우먼파워 세계추세▼
▽세계기업 여성CEO ‘훨훨’〓세계 다국적기업들은 마케팅 중심의 경영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서 마케팅부문에 섬세한 감각을 가진 여성CEO들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최근 세계 2위 컴퓨터회사인 휼렛팩커드가 칼리 피오리나를 CEO로 영입한데 이어 세계 2위의 법률회사인 베이커&매킨지가 새 회장에 프랑스 출신 여성 크리스틴 라가드를 선출했다.
휼렛팩커드는 기업컴퓨팅부문 대표도 여성임원이고 인터넷비즈니스 선두주자인 e베이사도 멕 휘트먼 회장이 이끌고 있어 향후 인터넷업계에 우먼파워바람이 강하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월가에서는 하이디 밀러 시티그룹 재무담당임원(C FO)이 주식투자부문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오길비&매더나 골드만삭스, 루슨트 테크놀러지 등에도 여성CEO나 여성임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100대기업중 애경 장회장뿐▼
▽국내 상장사 중 여성사장 전무〓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국내 상장사 중에는 아직 여성CEO가 한명도 없다.
100대기업 중에선 애경산업(비상장) 장영신회장이 유일한 여성CEO. 장회장도 남편의 유업을 물려받은 것으로 엄밀한 의미의 창업사장이나 전문경영인은 아니다.
여성창업자가 전체의 3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지만 대부분 영세한 소기업인데다 96%가 요식업 등 서비스업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신현암수석연구원은 “한국에선 아직 여성들의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그러나 앞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등 여성적인 감각을 필요로 하는 사업분야가 급성장하고 있어 여성경영자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성임원 육성이 경쟁력 좌우〓국내 기업에 여성CEO가 드문 것은 그 기반이 될 수 있는 여성임원이 적기 때문.
▼오너 친인척 빼면 4명정도▼
실제로 30대그룹 중 여성임원은 10여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오너의 친인척을 제외하면 삼성복지재단 유애열이사대우와 삼성서울병원 이정희이사, LG화재 장화식상무보, 기아중공업 조성옥이사 등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여성임원을 발굴하려해도 임원으로 발탁할 수 있는 간부가 적다고들 말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다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에서는 김혜근씨가 개인금융부문 대표를 맡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스벤슨코리아(김숙자)와 리바이스코리아(박영미)도 여성사장이 이끌고 있다.
또 프루덴셜생명보험에서 손병옥상무가 기획 및 인사총괄업무를 맡는 등 외국계 기업들의 여성임원들이 경영일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여성개발원 김영옥연구원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남성중심의 조직문화가 만연해 여성임원이 생존하기 어려운 풍토”라며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장되는 여성능력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