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선 문명론(文明論)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경제가 근 10년째 침체하는 것이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일본문명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깔려 있다. 과거 융성했던 로마 네덜란드 영국 등이 왜 쇠락의 길을 걸었는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일본의 교훈으로 삼으려 한다.
그런 책들은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학자들이 많이 쓰고 또 논쟁도 활발하다.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는 경제학자가 쓴 일본문명론이다.
저자 모리시마교수는 세계적 수리경제학자로서 영국 런던대(LSE)와 일본 오사카대 명예교수로 있다. 16년 전엔 ‘일본은 왜 성공했는가’라는 책을 통해 일본이 전후 잿더미에서 경제 일류국으로 올라간 과정을 분석했다.
이번엔 거꾸로 일본이 앞으로 50년 후, 즉 2050년경엔 몰락하고 말 것이라는 음울한 예언을 했다. 그것은 즉흥적 예상이 아니라 세계적 경제학자로서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뒷받침되어 있다. 경제학의 분석틀을 넘어선 학제적(學際的) 접근이다.
모리시마교수는 일본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국가 경영비전이 없는 정치, 창조적 도전정신을 잃어버린 경제, 창의와 자율성을 길러주지 못하는 교육과 이로 인한 국가 목표 상실, 국민 도덕의식의 저하, 엘리트층의 타락 등을 들었다.
그 중에서도 이런 풍토를 만든 정치를 가장 개탄한다. 일본의 몰락을 막아 융성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선 정치쇄신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늘의 일본 정치가를 3무(無), 즉 무신념 무정책 무책임으로 특징짓고 원대한 국가비전을 갖고 국민에게 희망과 활력을 줄 수 있는 정치가가 나와 주도권을 잡아야 일본 발전의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일본 엘리트층과 지식인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역시 저명한 경제학자인 아오야마대 고미야(小宮隆太郞)교수가 최근 “지나친 비관론이며 일본은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모리시마교수는 재반론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일본의 국제화와 구조전환’을 연구하는 7명의 일본 연구팀(대표 장달중 서울대교수)이 책임지고 번역해 안심하고 읽을 수 있다.
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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