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사회 선택 냉엄 ▼
사람들은 언제나 평화를 바라 온 듯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이 진정 평화를 원했는지는 정말로 의심스럽다. 특히 지난 100년은 그야말로 ‘전쟁의 세기’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월남전, 걸프전 등을 거쳐 숱한 국지전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은 전쟁과 평화의 역사를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한다. ‘20세기의 전쟁과 평화’가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를 돌아보며 평화를 갈구하는 인류의 노력과 희망이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역사서라면 ‘평화와 전쟁’은 평화를 위한 전쟁론이다.
블레이니는 평화를 알기 위해서는 전쟁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며 1700년 스웨덴의 덴마크 침공부터 1971년 인도의 벵갈만 북부(옛 동파키스탄) 침공까지 100여건에 이르는 전쟁을 통해 전쟁의 일반론을 찾아낸다.
그는 “전쟁은 외교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칼 폰 클라우제비츠의 명언과 달리 모든 전쟁의 원인과 전쟁의 종말을 각각 평화의 종말과 평화의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평화와 전쟁은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선택’된다.
▼ 우발적 전쟁은 없어 ▼
“외교의 파국은 각 국가가 협상보다는 전쟁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라는 신념을 반영하지만, 전쟁의 파국은 각 국가가 전쟁보다는 협상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반영한다.”
그의 결론은 단호하다.
“의도하지 않은 전쟁이나 ‘우발적인’ 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블레이니가 전쟁에 대한 분석을 통해 평화로의 길을 모색했다면 이리에는 전쟁으로 점철된 20세기를 차례로 짚어가며 평화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에 주목한다.
▼ 민간기구 역할에 기대 ▼
특히 그는 NGO(비정부기구)나 INGO(국제비정부기구)가 만들어내는 ‘세계’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나아가 21세기가 평화적인 세계가 되려면 국가 경제 사상 기술면에서의 협력과 세계화만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개인이나 집단의 네트워크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20세기를 희망의 눈으로 바라본 그에게는 미래도 역시 희망적이다.
“만약 지금부터 국제시민사회라는 것이 강고해지면 20세기의 전쟁이라는 비극도, 또한 그것에 대한 대립명제로서의 평화에 대한 탐구도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