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예요?” “왜요?”
겨우 “엄마, 맘마” 정도를 말하나 싶던 아이가 어느날 질문을 시작한다. 대견해하는 것도 잠시, 부모들은 쉼없는 질문공세에 이내 녹초가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약해지려는 부모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엄마 아빠로부터 습관적으로 “몰라” “원래 그래”라는 대답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똑같이 “몰라”라고 답하는데 익숙해진다.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저자는 “아이들과 철학을 한다는 것은 그들의 머리에서 ‘몰라!’라는 답을 없애 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상상력을 갖고 독자적인 생각을 펼쳐나가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는 주장이다.
아이들을 꼬마철학자로 키우는 출발점은 질문 그 자체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배꼽은 왜 있어?”
“비는 왜 와요?”
“‘영원히’는 얼마나 큰 거야?”
무슨 답을 해야 할 지 당황스런 질문이지만 아이에게 되물어보면 뜻밖에 제 나름의 합리적인 답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배꼽은 몸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려고 있는 거야” “꽃이 목마르다고 하니까 비가 오는 거지요”와 같은…. 그래도 답을 알기 어려울 때는 함께 책을 펼쳐든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앎’이란 머리가 아니라 온 몸으로 깨우치는 행위라는 것.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틀어놓고 아이에게 “발가락으로 음악을 느껴보라”고 하거나 빵가게에 데리고 가서 단팥빵 야채빵 크로와상 등의 냄새가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시켜 주라고 조언한다. 이것이야말로 칸트가 말한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룬 지식의 체득’이기 때문이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52)는 스위스 바젤대에서 ‘어린이와 철학하기’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75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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